아주경제 김충범 기자 = 전체 600가구 중 지난해 6월 129가구에 대해 2차 분양전환에 들어간 '한남더힐'이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채에 50억~80억원 안팎 초고가로 수요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행사인 한스자람과 임차인 간 분양전환가를 둘러싼 법적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복병이다.
한남더힐은 2009년 당시 '민간임대주택'이라는 콘셉트로 세입자를 모으기 시작했다. 초고급 아파트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한스자람이 임대로 출발한 것은 2009년 당시 적용됐던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무엇보다 당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기에 돌입했던 터라, 한스자람이 100% 분양을 자신할 수 없었던 점도 한몫했다. 덕분인지 이 단지는 분양 당시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제법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2011년 1월 입주에 돌입한 한남더힐은 2013년 총 600가구 전체를 대상으로 분양전환을 시도했지만 분양이 원활하지 못했다. 한스자람과 임차인 측과의 희망 가격 격차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당시 한스자람은 한남더힐의 분양가를 3.3㎡당 4300만~7500만원 수준에 책정했고, 임차인은 3.3㎡당 3000만원 선을 주장했다.
이후 한남더힐은 작년 6월경 2차 분양을 시작했다. 2차 전환 당시 나온 총 129가구는 기존 입주민들이 임대 계약이 끝난 뒤 분양 계약을 하지 않아 빈집으로 나온 매물이다. 기존 세입자들이 아니라 사실상 첫번째 일반분양인 셈이다.
한스자람은 1차 분양전환 시기보다 3.3㎡당 500만원가량 높은 5000만~8000만원 선의 가격을 제시했다. 시기가 2년 이상 흘렀고, 단지의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남더힐은 총 35건이 매매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하반기 총 63건이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무려 절반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최근 1년간 거래량이 100건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임대주택의 경우 임대를 마치고 분양으로 전환된 물건은 실거래 신고 대상이다.
산술적으로 작년 7월 이후 거래된 물건들이 모두 2차 분양전환 건이라 가정해도 최소 30가구 이상은 미분양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기존 입주민들의 재계약건 등이 상당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럴 가능성은 극히 낮으며, 실질적인 미분양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단지는 작년 12월 전용 244㎡의 경우 82억원까지 거래됐다. 이로 인해 한남더힐은 작년 국내 아파트 중 가장 비싼 단지로 이름을 올렸다. 올해 거래 중 최저 금액은 전용 177㎡의 30억7000만원이었고, 최대 금액은 240㎡의 65억원이었다.
한남더힐 관계자는 "전용 206㎡(74평) 이하는 거의 다 계약이 마무리 된 상태"라며 "전용 233㎡(85평) 이상 면적대도 꾸준히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조심스레 올해 안으로 완판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는 이러한 미분양 양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한남더힐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한남더힐 측이야 매번 반년 내로 완판될 것이라 강조하고 있지만, 이 단지는 전용 233㎡(85평) 이상 면적대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지금 미분양인 물량은 바로 이 면적대가 주축이기 때문. 최소 40%는 미분양일 것으로 추산된다"며 "VVIP를 타겟으로 한다지만 부유층에게도 3.3㎡당 5000만원 이상은 너무나 높은 가격이다. 또 실질 연식이 6년이 넘은 점도 감가상각의 요인이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