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대출금리가 1.5%포인트 오르면 고위험가구 수는 6만 가구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여건 개선이 부진한 상황에서 향후 시장금리가 상승할 경우,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채무상환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가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취급유인을 약화시키거나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대출을 직접 관리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거주 중심 주택소비 문화가 정착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22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부채가 부실해질 수 있는 '위험가구'는 지난해 3월 말 기준 126만3000가구에 달했다.
위험가구는 전체 부채가구의 11.6%를 차지하며, 이들이 보유한 금융부채는 186조7000억원으로 총 금융부채의 21.1%를 차지했다. 위험가구 중 고위험가구는 31만5000가구이며, 이들의 부채는 62조원이었다.
문제는 앞으로 금리 상승으로 절박한 상황인 고위험 가구가 늘어날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5일(한국시간) 정책금리를 연 1.0~1.25%로 올린 데다가 최근 한은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출금리 산정의 바탕이 되는 코픽스도 들썩이고 있다. 이에 따라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부채가 많은 가구는 작지 않은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대출금리가 0.5%포인트, 1%포인트 오를 경우 고위험가구가 각각 8000명, 2만5000명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부채는 각각 4조7000억원, 9조2000억원 늘어나게 된다.
대출금리가 1.5%포인트 오르면 고위험가구는 6만 가구로 늘어나고, 이들의 금융부채는 14조6000억원 불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6년 만에 2배로
부동산 경기 변화에 민감한 부동산 관련 금융은 모두 164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가계 대출과 기업 여신, 금융투자상품을 합한 수치다. 위험노출액이 2010년에 865조2000억원에서 6년 만에 거의 두 배로 확대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가계부채(가계신용 기준) 1400조원보다 200조원 이상 많은 금액이다. 가계가 904조원으로 전체 55%에 달했고, 기업이 578조원(35.1%), 금융투자자 162조원(9.8%)이었다.
부동산 관련 가계 대출은 공적기관을 통한 보증대출이 빠르게 확대된 점이 특징이다. 리스크 최종 부담자를 기준으로 분류하면 작년 말 금융기관이 924조원(56.2%)으로 가장 많지만 보증기관도 534조원(32.5%)이나 됐다. 금융투자자는 185조원(11.3%)이다.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보증기관 부동산금융 리스크는 2010년 133조7000억원(15.4%)에서 금액은 4배, 비중은 2배로 뛰었다.
한은은 2014년부터 공적기관은 보증과 관련해 부동산금융이 빠르게 늘고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적보증기관은 서민과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 지원이나 상환부담 완화 등에서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와 동시에 부동산 관련 대출 신용 리스크의 상당 부분을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