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지난 1일, 중국 전자상거래 공룡인 알리바바 그룹에 반기를 든 중국의 한 택배업체가 있다. 순펑택배(順豊·SF)다.
알리바바는 산하에 국내외 물류 창고와 택배업체들을 한데 모은 물류 데이터 플랫폼인 차이냐오(菜鳥)를 보유하고 있다. 소비자가 알리바바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품을 주문하면 차이냐오와 제휴한 택배업체가 물건을 배달하는 방식이다. 순펑택배 역시 2013년부터 차이냐오를 주 물류플랫폼을 이용해왔다.
순펑택배가 알리바바에 반기를 들 수 있었던 것은 알리바바 플랫폼 없이도 자체적으로 물류망을 운영할 수 있다는 업계 1위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순펑택배는 중국 최대 '택배공룡'이다. 현재 중국 대륙의 331곳 중소도시까지 뻗쳐있는 촘촘한 물류 네트워크로 중국 대륙의 97%를 커버하고 있다. 외신들은 순펑택배를 '중국의 페덱스'라 일컫기도 한다.
순펑택배의 지난해 순익은 전년 대비 112.5%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41억 위안에 육박했다. 업계 2위인 중퉁(中通)택배의 두 배를 웃도는 것으로, 3~5위 경쟁업체 순익을 모두 합해도 넘을 수 없는 실적이다.
순펑택배는 중국 온라인쇼핑 활황에 힘입어 중국 택배시장이 팽창하면서 성장가도를 달렸다.
국가우정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온라인 주문으로 발생한 택배물량은 310억개로 10년 전인 2006년에 비해 31배로 증가했다. 이는 전 세계 택배물량의 44%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중국 택배시장 규모는 4000억 위안(66조4000억원)에 달했다.
순펑택배는 특히 올 2월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상장하자마자 주가가 4거래일 연속 일일 상한가인 10%씩 급등한 것이다. 주가가 치솟으며 왕웨이(王衛) 순펑택배 회장의 몸값도 뛰며 한때 중국 3대 갑부로 단숨에 치고 올라왔을 정도다.
상장으로 든든한 실탄을 확보한 순펑은 얼마 전 미국 물류회사인 UPS와 합자 형식으로 글로벌 택배업체도 홍콩에 설립하는 등 해외 진출에도 적극 나섰다. 순펑택배는 현재 미국,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 태국, 베트남, 호주 등으로 보내는 국제택배 업무도 활발히 하고 있다. 한국에도 지난 2011년 한국지사를 설립했다.
지난 2015년엔 순펑택배가 주도적으로 중국의 선퉁(申通), 윈다(韻達) 등 중국 다른 4개 민영 택배기업과 손잡고 무인택배 서비스업체 '펑차오(豊巢)과기'도 설립하는 등 알리바바 물류 플랫폼 의존도를 줄이는데도 주력해왔다.
순펑택배를 창업한 왕웨이 회장은 택배기사 출신의 자수성가 기업인이다.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71년 상하이에서 태어나 7세때 가족을 따라 홍콩으로 이사한 왕 회장은 고등학교 졸업 후 홍콩 염색공장에서 일하면서 염색샘플을 나르는 일을 했다. 그러다가 22세 때인 1993년 광둥성에서 직원 6명으로 순펑택배를 직접 창업해 오늘날 중국의 '택배왕'이 됐다.
왕 회장은 특히 기업의 최대자산은 '직원'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직원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철학으로 유명하다. 그는 항상 직원들을 향해 존중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것은 물론, 평소에도 직원들에게 90도로 인사한다고 알려져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지난해 4월엔 자사 택배원이 배달 도중 억울하게 폭행을 당하자 직접 '흑기사'로 나서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선언해 화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