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분포 공개] 실질소득 증가율 노무현 2.2%→이명박 1.6%→박근혜 0.9%

2017-05-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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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성숙·글로벌 교역 부진 탓…낙수효과 작용 않는다는 지적도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가구의 소득 증가율이 해가 갈수록 둔화하는 모양새다.

지난해의 경우 물가 상승분을 제거하고 보면 실제로 손에 쥐는 소득이 전년보다 줄어들기도 했다.

소득 증가 속도가 둔화하는 것은 경제가 점차 성숙하면서 예전과 같은 성장률을 기록하지 못하는 탓이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보호무역주의가 고개를 들며 글로벌 교역량이 줄어들고 있고, 이 때문에 수출 중심인 한국 경제가 타격을 입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대기업과 부유층이 잘살면 중소기업, 저소득층도 잘살게 된다는 낙수효과 모델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 가구소득 제자리걸음…실질소득 증가율 0%대로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의 월평균 소득(명목)은 439만9천원으로 1년 전보다 0.6%, 다시말해 찔끔 오르는 데 그쳤다.

200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전년 대비 증가율로 역대 최소였다.

소득 증가율은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가계의 월평균 소득은 2004년 전년 대비 6.0% 늘어나고서 이후 3∼6%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시달리던 2009년 1.2%로 증가 폭이 쪼그라들었지만 2010∼2011년 2년 연속 5.8%, 2012년 6.1%를 기록하며 다시 증가세를 회복하는 듯했다.

그러나 2013년부터 가계소득 증가 속도가 급격히 둔화하기 시작했다.

2013년 월평균 가구소득은 전년보다 2.1%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4년 3.4%에 이어 2015년에는 1.6%로 증가 폭이 줄어들고 2016년에는 0%대로 내려갔다.

정권별로 보면 노무현 정부(2003년 제외)와 이명박 정부 때 연평균 증가율이 나란히 5.0%를 기록했다가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연평균 증가율이 1.9%로 3분의 1토막이 됐다.

물가 상승분을 제거해서 보는 실질 가구소득 증가율도 비슷한 모양새다.

소득 증가 속도가 물가 상승 속도보다 뒤처지며 최근 들어서는 실질소득 증가율이 '마이너스'까지 떨어졌다.

가계의 월평균 실질소득은 2007년 전년 대비 2.7% 증가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 1.2%, 2009년 -1.5%로 떨어졌다.

이후 2012년 3.9%, 2013년 0.8%, 2014년 2.1% 증가율을 기록하다가 2015년 0.9%로 다시 꺼졌고 2016년 7년 만에 마이너스(-0.4%) 증가율을 기록하며 435만7천원에 그쳤다.

정권별 실질소득 증가율은 노무현 정부(2003년 제외) 때 2.2%에서 이명박 정부 때 1.6%, 박근혜 정부 때 0.9%로 점차 낮아졌다.

◇ 소득 정체 주원인은 '서비스업 양극화·세계교역 둔화'

최근 소득 증가율이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서비스업 양극화, 세계교역의 부진 등 주로 구조적 요인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취업자 중 음식점 및 주점업 취업자 수는 214만3천명으로 소매업(자동차 제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음식점 및 주점업 취업자 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음식점 및 주점업 취업자가 더 늘면서 비중 순위가 남자는 6위에서 5위로, 여자는 2위에서 1위로 상승했다.

경기불황에 따른 구조조정 영향으로 지난달 자영업자는 10만5천 명 늘어 9개월 연속 증가했다. 특히 고용원 없는 영세 자영업자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후 음식·숙박업 등 부가가치가 낮은 업종 생산 비중이 많이 늘면서 서비스업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교역량이 줄면서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활력도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세계교역 규모 증가율(물량 기준)은 전년보다 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를 휩쓴 2009년(-10.5%)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특히 제조업 업체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면서 소득 분배율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소득 비율은 1995년 69.6%에서 2014년 64.3%로 5.3%포인트 떨어진 상태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소득 비율 낙폭은 OECD에서 자료가 있는 30개 회원국 중 두 번째로 컸다.

최근 세계교역의 둔화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대표되는 대외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더욱 심화하는 양상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현재 소득 정체는 해외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투자가 이뤄지는 영향이 있다"라며 "해법은 소득보다는 여전히 수출에서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낙수효과가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수출·대기업이 따낸 과실을 경영주가 주로 가져가거나 사내 유보로 남겨두는 바람에 근로자·중소기업의 몫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porque@yna.co.kr

(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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