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본부=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올해로 37년째인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국제적 의미를 조명하는 행사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렸다. 유엔본부에서 5·18 관련 행사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6일(현지시간) 오전 뉴욕 유엔본부에서는 '광주 다이어리: 민주주의와 자유의 집단적 기억'이라는 제목의 국제 학술세미나가 개최됐다.
5·18 정부 공식기념일 지정 20주년을 맞아 5·18기념재단이 주관하고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가 주최했다.
학자와 언론인, 외교관, 미국 한인회 관계자, 5·18 희생자 유족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묵념과 영상기록물 상영, 토론 순으로 2시간 30분간 진행됐다.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유엔은 전 세계 민주주의와 인권의 상징적 장소"라며 "5·18 정신을 전 세계 곳곳에 확산하는 의미 있는 계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은 축사에서 "광주의 민주·인권·평화의 정신은 전 세계인이 공유하는 숭고한 가치가 되고 있다"면서 "세계 인권과 인류 평화에 기여하는 광주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는 지난 1999년 출간된 5·18 기록물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넘어넘어)'의 영문 개정판 공개 행사를 겸해 진행됐다.
미 중앙정보국(CIA) 한국지부 책임자를 지냈던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 한국 전문가인 브루스 커밍스 미 시카고대 석좌교수, 5·18 재단 국제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욤비 토나 광주대학교 교수, 5·18 기록물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영문판 번역자 설갑수·닉 마마타스가 패널토론에 참여했다.
AP통신 특파원으로 5·18 현장을 직접 취재했던 테리 앤더슨 기자도 저널리스트로서 목격한 항쟁의 기억을 되새겼다. 앤더슨 기자는 "택시를 타고 광주에 들어간 첫날 수많은 시체를 목격했다"고 당시의 참상을 증언했다.
참석자들은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과제임을 강조했다. 충분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단계를 거치지 않은 채 명예회복 단계로 넘어갔다면서 많은 증언을 토대로 진상을 재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5·18 북한군 개입설'은 일축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당시의 미국 지미 카터 행정부도 북한의 개입을 우려했지만 실제로 북한이 개입했다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커밍스 석좌교수도 "5·18광주민주화운동은 물론 제주 4·3사건과 여수·순천 10·19 사건에서도 비무장지대(DMZ)는 조용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앞서 그레그 전 대사는 지난 2월에도 5·18기념재단에 서한을 보내 "미국 정부는 북한 공작원들이 광주 사태를 일으켰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직도 비극의 기본 사실이 논의 대상이라는 게 슬프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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