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소프트뱅크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등과 공동으로 10조 엔(약 100조 9480억 원) 규모의 투자 펀드인 '소프트 뱅크 비전 펀드'를 발족시키기로 했다. 실리콘밸리 주도의 하이테크 투자 지형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1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소프트뱅크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손정의 사장은 사우디 정부와 함께 10조 엔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손 사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에 맞춰 사우디를 방문했다.
그외에도 사우디 정부계 펀드인 퍼블릭 인베스트먼트 펀드(PIF), 미국 통신사 퀄컴과 애플, 아랍에미리트(UAE)의 정부계 펀드, 샤프 등이 출자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각 기업의 출자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애플의 출자액은 10억 달러(약 11조 3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펀드는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산업 등에 집중 투자될 것으로 보인다. 손 사장은 그동안 "AI, IoT의 발전에 따라 의료와 농업 등 다양한 산업이 재정의될 것"이라며 투자 의욕을 강조해왔다. 소프트뱅크는 투자할 만한 기업 30여 곳을 이미 점쳐둔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 출현이 확정되면서 미국 실리콘 밸리가 주도해온 첨단 산업의 세계 지형이 바뀔지 관심이 모아진다. 아시아의 유력 기업을 발굴함으로써 실리콘 밸리의 상징으로 꼽혔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이 미국 외 지역에서도 공개되면 아시아 지역 투자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장기 투자 성격인 만큼 성과를 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평균 회수 기간은 13년 반 정도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우디 정부가 절반 이상을 출자하고 있는 만큼 사우디·소프트뱅크 간 의견 대립과 현지 정세 등 투명성을 확보하는 부분도 숙제로 남겨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