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오는 10월 사라지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의 조기폐지론의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이통사들의 갤럭시S8 불법보조금이 기승을 부린데다가, 대선 주자들의 공약인 가계통신비 인하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5월 황금연휴 기간 국내 이동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갤럭시S8 보조금이 최소 30만원에서 최대 60만원까지 치솟았다. 일부 매장에서는 갤럭시S8의 실구매가가 10만원대 후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갤럭시S8의 경우 공시지원금이 최고 26만4000원으로, 합법적인 추가 지원금은 최대 3만9600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연휴기간 갤럭시S8의 불법보조금이 법적 지원금의 10배가 넘는 최대 50~60만원까지 지급되면서 시장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였다.
실제 지난 1∼6일 통신3사의 번호이동 건수는 11만7236건으로, 하루 평균 1만9539건에 달했다. 특히 불법보조금이 집중 살포된 2일(2만3273건)과 3일(2만8267건)에는 번호이동 건수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장과열 기준으로 삼는 2만4000건을 넘어서기도 했다.
규제당국 기관인 방통위가 보조금 모니터링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이통사들의 불법보조금 행위가 여전했던 것이다. 앞서 방통위는 연휴 전 이통3사에게 경쟁자제를 당부하며 집중적인 단속에 나선다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자 대선 이후 단통법의 핵심 조항인 지원금 상한제가 조기 폐지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오는 10월 자동 일몰되는 지원금 상한제는 신형 단말기에 지급되는 지원금 33만원을 넘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통사들의 불법보조금 행태가 만연하면서 지원금 상한제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이 같은 가계통신비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단통법 폐지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분위기가 높다.
문 후보는 통신비 기본료 및 지원금 상한선 폐지를 골자로 8대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을 내놓은 바 있다. 여기에 방통위가 위원장과 상임위원이 공석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점도 단통법의 무용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정부부처 관계자는 "대선 후보의 통신비 인하 정책과 방통위의 업무 공백까지 겹치면서 현행 단통법을 조기 폐지하자는 의견이 우세하다"면서 "대선 이후 관련 개정안 마련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통신업계는 단통법 조기 폐지와 관련 자유로운 마케팅을 유도할 수 있는 세부적인 규정 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시민단체 역시 단순 공약에 그치는 것이 아닌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강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