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미국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가 '역사 바로 세우기' 일환으로 남부연합 추모비 철거작업에 나섰다.
24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건장한 남성들이 이날 새벽 뉴올리언스 캐널(Canal) 도로 인근에 위치한 '자유지 전투'(Battle of Liberty Place) 기념비 앞에 속속 모였다.
이들은 크기 10m를 웃도는 석조 오벨리스크 양식으로 된 기념비를 해체하러 온 인부들이다. 이들은 마스크와 헬멧, 검은 재킷을 입었고, 타고 온 트럭은 회사명이 노출되지 않도록 마분지와 검은 테이프로 가렸다.
추모비 철거를 반대하는 그룹의 공공연한 협박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자유지 전투' 추모비 해체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인근 옥상에서는 경찰 저격수들이 배치됐고, 철거 현장에서는 경찰들이 방어벽을 쳤다. 추모비 철거를 놓고 옹호그룹과 반대그룹이 나와 대치했다.
1891년 세워진 기념비는 남북전쟁 이후 흑백 인종으로 구성된 주 민병대·경찰에 맞서 싸운 '크레센트 시티 백인 리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조형물이다. 크레센트 시티는 지형이 초승달 모양인 뉴올리언스의 애칭이다.
뉴올리언스에 있는 남부연합 상징물 4개 중 가장 처음 철거되는 조형물이 '자유지 전투' 기념비다. 뉴올리언스 시는 이 추모비를 철거한 뒤 잠시 보관했다가 박물관 등에 전시할 예정이다.
이어 남부연합군을 이끈 장군인 로버트 리 동상과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 대통령을 지낸 제퍼슨 데이비스 동상, 남부연합 장군인 피에르 구스타브 투탄트 뷰리가드 동상 등이 차례대로 철거될 운명을 맞고 있다.
뉴올리언스 시가 남부연합 기념물 철거를 계획한 것은 2015년부터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 흑인교회에서 벌어진 20대 백인 청년 딜런 루프의 총기난사 사건이 기폭제가 됐다.
이 청년이 범행 전 남부연합기가 그려진 자동차 번호판을 단 자신의 차량 앞에서 포즈를 취한 사진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올리면서 '남부연합 논쟁'이 전국적으로 전개됐다.
이 논쟁은 이후 남부 주들의 의회에서 남부연합기 폐지 법안이 잇따라 의결되는 결과를 낳았다. 반면 남부연합의 유산에 긍지를 느끼고 남부연합 기념물들을 보호하기 위한 강경파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실제로 뉴올리언스에서도 '자유지 전투' 기념비 철거를 둘러싸고 1년여간 법정다툼을 벌어야 했다. 이날 철거 작업도 지난 3월 루이지애나 연방지법의 판결이 나오면서 진행된 것이다.
미치 랜드류 뉴올리언스 시장은 성명에서 "추모비 제거는 결코 정치적 조치나 특정 그룹에 대한 보복이 아니다"면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jongwoo@yna.co.kr
(끝)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