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단은 21일 “현주엽 감독을 제7대 사령탑에 선임했다. 계약기간은 3년이며 연봉 등 구체적인 조건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 8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LG는 올해를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 김진 전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고 새 인물을 물색했다. 그 적임자로 현주엽 해설위원을 낙점하고 지휘봉을 맡겼다.
현주엽 신임 감독은 휘문고와 고려대를 나와 프로 무대에서도 맹활약한 ‘농구대잔치’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서장훈(은퇴)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1998년 SK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으며 이후 골드뱅크, KTF(이상 현 kt)를 거쳐 2005년부터 LG 유니폼을 입었다. 2008-2009시즌을 끝으로 LG에서 은퇴, 이후 방송 해설을 하며 농구계에서 활동을 이어왔다.
KBL 개인 통산 397경기에 출전해 평균 13.3점 5.2어시스트, 4.1리바운드의 성적을 냈고, 현역 시절 정규리그에서 트리플더블을 7차례나 기록해 국내 선수로는 주희정(8회·삼성)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트리플더블 기록 보유자다.
특히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중국과 결승에서 김승현(은퇴)과 호흡을 맞추며 4쿼터 막판 극적인 동점골을 넣어 남자농구대표팀에 감동적인 금메달을 안겼다.
하지만 현주엽 감독이 LG 사령탑에 앉은 것은 파격적인 결정이다. 현 감독은 현역 은퇴 후 한동안 농구계를 떠나 있었고, 최근 해설위원으로 활동했으나 지도자 경험이 없다. 코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감독 자리에 앉은 것만으로도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LG 구단은 “현주엽 감독은 KBL의 레전드 출신으로서 다년간의 해설위원 경험을 바탕으로 팀 체질 개선 및 선수단 분위기 쇄신 등 새로운 변화에 가장 적임자로 판단해 신임 감독으로 선임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LG는 올 시즌 국가대표 슈터 조성민을 영입하며 팀 컬러에 변화를 꾀했다. 가드 김시래와 센터 김종규 등 리그 정상급 선수들을 대거 보유해 다음 시즌 우승 도전도 가능한 전력이다.
현 감독은 지도자 경험이 없지만, 특유의 카리스마로 팀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또 선수들과 격이 없이 지낼 수 있는 ‘형님 리더십’도 갖췄다.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 처음 벤치에 앉는 현 감독이 현역 시절 별명처럼 ‘매직’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역 시절 화려한 선수 경력에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제외하고 리그 우승 경험이 없는 현 감독은 “초보 감독이지만 현역 시절 끼워보지 못한 우승 반지를 열정적인 LG 팬들과 함께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