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시리아 정세에 집중하던 국제사회의 눈이 러시아로 향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이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추가 경제 제재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코너에 몰리고 있는 탓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영국·프랑스 등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은 이날 이탈리아 루카에서 열린 회의에서 러시아가 시리아 지원을 계속할 경우 추가 제재를 검토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지지하는 대가로 러시아 군부 인사와 시리아 군부 인사를 제재 대상에 새로 포함시키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교장관도 "러시아는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대신 서방 국가와 함께 시리아의 6년 내전을 종식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은 지난 2014년 말레이시아 국적 항공기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미사일에 피격돼 탑승자 298명 전원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의 금융·방위·에너지 산업 등에 대한 유럽 내 활동을 제한하는 제재를 단행했다. 이후 6개월마다 연장하던 제재 조치는 당초 지난 1월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지난해 12월 추가 논의를 거쳐 오는 7월까지 6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서방 국가의 경제 제재로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 가치가 최악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러시아 경제는 바닥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유가 수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국제유가의 하락으로 이중고를 겪기도 했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對)러시아 제재 해제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지만 이번 시리아 사태로 인해 불투명하게 됐다.
미국은 알아사드 정권을 축출하겠다는 목표로 시리아 반군 측에 군사적·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알아사드 정권을 오랫동안 지원해온 러시아는 미군의 합류로 정부군이 수세에 몰리자 지난해부터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며 미국과 대립해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의 전화회담에서 "미국의 공습은 국제법을 위반한 침략 행위"라고 비난한 것으로 알려져 갈등이 깊어질 전망이다.
한편 11일부터 이틀간 러시아를 방문하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화학 무기 공습은 지난 2013년 러시아와 아사드 정권이 약속한 화학 무기 폐기에 대한 합의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며 "러시아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아사드 정권과의 동맹 유지보다는 시리아에 안정을 가져올 절차를 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