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러시아 북서부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지하철 폭탄 테러가 일어나 최소 11명이 사망하는 등 6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테러와의 전쟁'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푸틴 정권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푸틴 정권 흔들기? 내년 3월 대선 앞두고 푸틴 정권 타격 불가피
때문에 푸틴 정권에 타격을 주기 위해 푸틴 대통령의 방문 타이밍을 노리고 폭탄 테러를 일으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번과 같이 도심 한복판에서 대규모 인명 피해를 냈던 도심 테러는 지난 2013년 이후 처음이어서 이런 예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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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은 테러 직후에도 루카셴코 대통령과의 회담을 진행했지만 TV 중계 화면을 통해 긴장한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5년 시리아 내전에 참전을 지시했던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테러와의 전쟁'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왔던 만큼 자국 제2도시에서 테러가 일어난 데 대해 체면을 구긴 셈이다.
더구나 시기적으로도 반(反)정부 시위가 끝난 지 일주일 여만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푸틴 정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수도 모스크바를 비롯한 러시아 전역 80곳에서 푸틴 정권의 부패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러시아 정부는 반정부 시위자 수십명을 체포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
특히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4연임을 노리던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는 최근 일어난 일련의 소동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압도적인 투표율·득표율 당선을 위해 러시아 안정과 관련한 '푸틴의 활약상'을 강조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는 그동안 이슬람이 많은 남부 체첸과 다게스탄, 수도 모스크바의 지하철이나 공항을 중심으로 테러가 반복돼 왔다. 최근 몇 년간 프랑스 파리와 벨기에 브뤼셀 등 대도시 연쇄 테러로 일반 시민이 희생되는 유럽의 사례와는 차별화하고 있다며 러시아 정부가 테러 대응력을 과시해왔던 이유다.
그러나 제2도시에서 소프트타깃 테러가 일어나면서 그 배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지난해 여름 러시아 공격을 예고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거론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시리아에 군사력을 개입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고 공습 등 군사 작전을 전개하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이번 테러의 주범으로 추정되는 중앙아시아 출신 20대 자폭테러범도 과격 이슬람 단체 소속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BBC 등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중앙아시아는 고급 IS 조직원들을 양산하고 있다. 가담해 있는 IS 조직원들도 최대 4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아시아는 무슬림 신자가 많고 사막 등 지리적으로도 테러 조직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국제사회가 이번 테러를 강력 규탄하고 나선 상태여서 대(對)테러 공조 강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테러 관련 가해자나 조직, 자금줄 등을 찾아내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며 회원국들의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IS를 최대 위협으로 보고 러시아의 협력을 언급한 상태다. 이번 사건의 배후로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지목되면 푸틴 정권은 미국과 러시아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이른바 '테러 외교'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