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자문서 활성화는 데이터 자원화의 지름길

2017-04-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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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

최재유 미래부 제2차관

지난해 우리에게 ‘4차 산업혁명’이 현재진행형임을 각인시킨 이벤트가 있었다. 바로 ‘알파고 쇼크’로 대변되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바둑대결이다.

사람들은 당시 완승을 거둔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의 알고리즘에 주목했지만, 사실 알파고의 숨겨진 힘은 온라인화된 기보(棋譜)에서 비롯됐다. 알파고에게 학습 기회를 제공해 준 방대한 기록들은, 곧 연산 효율과 승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게 만들어 준 원천이었다. 이것이 지능정보사회의 핵심 자원이 될 ‘데이터’가 갖는 의미다.

이미 IBM 왓슨, 아마존 알렉사를 비롯한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이 금융·의료·개인비서 등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이들 프로그램의 효율성과 신뢰도를 한층 높이는 방법은 알파고의 사례처럼 양질의 데이터를 다량으로 학습시키는 일이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즉,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대표적인 지능정보기술인 인공지능·사물인터넷·클라우드컴퓨팅·모바일은 모두 ‘빅데이터’를 온라인에 모으고 활용할 수 있는 툴로서도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그 기반을 다지는 중요한 작업이 바로 종이문서를 전자문서로 대체해 나가는 것이다. 석유를 캐놓고도 정제하지 않으면 연료로 쓸 수 없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전자문서 활성화는 이처럼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데이터 관리 패러다임의 전환 이외에도 다양한 경제·사회적 효과들을 기대하게 만든다. 정부도 종이문서 위주의 데이터 유통 관행을 전자문서 중심으로 개선함으로써, 1조 3000억원가량의 비용절감을 예상한 바 있다. 사회적 편의와 효율 증진, 자원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다.

정보화 시대를 거쳐 이메일과 전자결재가 보편화되면서 데이터의 생산·유통에서 종이문서의 역할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실생활의 얘기는 조금 다르다. 아직도 은행 담보대출을 위해 종이문서 원본만을 요하는 여신 제도 탓에 수십장의 종이와 만만치 않은 시간을 허비해야 하고, 병원에서 약국으로 제출되는 처방전 서류만 연간 4억장에 달한다.

수년간 국제기구의 ICT발전지수와 전자정부 평가에서 1등을 차지해 온 정보화 강국의 모습과는 그다지 조화롭지 못하다. 우수한 우리 ICT인프라를 활용한 문서 취급 효율화 방안의 공론화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에서는 전자문서의 효력을 다른 법령에서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종이문서와 동일한 효력을 갖도록 인정하고 있다. 이메일을 통한 해고 통보가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을 만큼, 전자문서의 효력도 충분히 인정되고 있다. 전자문서 활성화가 빠르게 진전되지 않는 것은 우리가 종이문서의 구습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법무부는 지난 30일 전자문서 활용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고자 ‘전자문서법 해설서’를 발간했다. 전자문서가 갖는 효력을 제대로 알리고 활용의 폭을 넓힘으로써, 전자문서를 데이터 생산·유통의 핵심 플랫폼으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다.

지능정보사회를 맞아 축적된 양질의 전자문서는 곧 빅데이터라는 값진 자원으로 거듭날 것임을 감안하면, 전자문서 활성화는 단지 사회적 편의와 효율 증진의 차원을 넘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한 과제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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