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서 캐리 람(林鄭月娥·59·여) 전 홍콩 정무사장(총리 격)이 당선됐다.
◆반중시위 다뤄야 할 친중파
람 당선인은 선거인단 1194명 중 65.07%인 777명의 지지를 받았지만, 이는 간접선거였던 만큼 홍콩주민 750만명에 대한 대표성이 강하지는 않다. 람 당선인은 현지매체인 명보(明報)가 지난 16∼20일 시민 1017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32.1%의 지지율로 존 창 전 재정사 사장의 52.8%와 큰 차이를 보였다. 실제 그는 2014년 9월 행정장관 완전직선제를 요구하며 벌어진 도심점거시위(우산혁명)를 강경진압했다는 점에서 일반인들의 거부감이 있다. 홍콩 주민들은 여전히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이 문제를 두고 그가 어떤 리더십을 펼지가 관건이다. 특히 오는 7월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홍콩 반환 20주년 기념식 참석이 예정되어 있다. 이에 맞춰 홍콩에서 대규모 반중국 시위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 람 당선인은 중국과의 협력사업에는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중국의 신경제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를 통한 신시장 개척과 투자 유치를 강조한 바 있다. 또한 내 집 마련을 위한 주택 보조금 확대와 어린이 양육 보조, 노인 생활연금 개선 등을 공약해 갈수록 심화하는 주택난과 빈부 격차 문제 해소에도 노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자수성가한 최초 여성 행정장관
캐리 람 당선인은 1957년 중국 저장(浙江)성 출신으로 가난한 홍콩 노동자 가정에서 5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좁은 아파트에서 살아야 했고, 책상이 없어 2층 침대에서 숙제를 했지만, 중고등학생 때 항상 반에서 1등을 했으며 여학생회장도 맡았다고 한다. 홍콩대 재학시절 저소득층 지원과 좌파 학생 퇴학 철회를 요구하는 학생회 시위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었다. 1980년 사회과학 학사학위를 취득한 후 홍콩 정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2007년 개발국장으로 선임된 직후 많은 시민의 강한 반대에도 영국 통치를 상징하는 역사적 건축물인 퀸스피어(皇后碼頭) 철거를 강행했고, 2011년 뉴테리토리(新界) 지역에 횡행하던 불법적 주택건축을 단속해 시민의 호응을 얻었다. 그는 2012년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에 의해 정무사장으로 선임됐다. 람 당선인은 자신이 주도한 행정장관 선거 개혁안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벌인 우산혁명 기간 중 학생 대표들과 공개 협상을 벌이기도 했지만, 결국 79일 만에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켰다. 당시 체포자가 1000여명에 달했었다.
우산혁명과 함께 잦은 설화로 인해 홍콩 내 지지율이 하락한 렁춘잉 행정장관이 지난해 12월 연임을 포기하자, 람 당선인은 지난 1월 정무사장을 사퇴하고 행정장관 후보 출마를 선언했다. 선거에 당선된 그는 사상 첫 여성 홍콩 행정장관을 예약했다. 영국 시민권을 가진 남편 람시우포(林兆波) 베이징수도사범대 교수와의 사이에 아들 둘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