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제1국정 과제였던 미국 의료보험 시스템 개혁안(ACA·오바마케어)의 수정판인 이른바 '트럼프케어'가 하원 표결에 실패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주요 공약들이 법원과 의회의 반발에 무너지면서 세제 개혁 등 향후 공약들도 현실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오바마케어 폐지 재추진할 것"···공약 실현 불투명 우려에 시장 출렁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조만간 새로운 대안을 내겠다"고 말한 데 이어 오바마케어 폐지 의지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시기와 내용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오바마케어 폐지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을 공격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다. 대통령의 뜻에 따라 집권 공화당 하원 지도부는 보험 가입 의무화 등을 철폐하는 등 이른바 '트럼프케어'의 대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보험회사의 환자에 대한 보험 가입 거부 조항 등 오바마케어의 일부 조항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논란을 불러왔다. '오바마케어 완전 폐지'를 요구하는 보수 강경파와 온건파의 반발을 얻으면서 표결에 실패한 것이다.
대형 감세와 규제 완화 등 공약 실행 가능성에 의문이 번지면서 24일 뉴욕 주식시장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9.86포인트(0.29%) 떨어진 2만596.72에 마감했다. 이는 7영업일 연속 하락한 것으로, 지난해 대선 이후 최대 하락폭을 나타냈다.
◆ "세제 개혁 성공 여부도 불투명"···연이은 반발로 국정 능력 '적신호'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25일 보도를 통해 "트럼프케어 표결 실패로 트럼프의 공약, 특히 감세 정책과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한 경기 부양 계획의 실행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며 "경기 부양 기대를 가졌던 시장에도 불길한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케어 표결 실패 직후 세제 개혁에 곧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 4% 경제 성장을 목표로 30년 만에 최대 세제 개혁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세제 개혁 역시 성공 가능성을 점칠 수 없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취임 이후 시도한 주요 정책들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트럼프 리더십'에 손상을 입은 탓이다. 실제로 지난 1월에는 관련 부처와의 조정이나 준비 없이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통한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가 법원의 제동으로 효력이 정지됐다.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트럼프케어 도입에 실패하기도 했다.
당내 갈등 봉합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당장 세제 개혁과 관련해서도 핵심 화두 중 하나인 '국경세' 도입 여부를 두고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국경세는 미국에서 수출되는 상품에 대한 세금은 면제하고 수입 과세는 강화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로, 수입 기업에 대한 세금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케어의 도입이 보류되면서 세제 개혁을 위한 재원 확보도 어려워졌다. 미즈호 미국경제 수석 애널리스트인 스티븐 리슈토는 "문제가 안고 있는 복잡성으로 인해 세제 개혁과 인프라 등 지출 확대와 관련한 계획 등이 2018년 이전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