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순칼럼]틸러슨 방한이 혼란스런 한반도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는 중국

2017-03-20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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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국가주석과 틸러슨 국무장관.[사진=연합뉴스]




3월 18일자 인민일보 해외판의 SNS 웨이신(微信, 중국판 카카오톡) 계정인 ‘협객도(侠客岛)’에 재미있는 기고가 실렸다. ‘“전쟁을 배제할 수 없다?! 미 국무장관의 대북 입장표명, 무슨 약을 팔려는 건지?(不排除戰爭?!美國國務卿對朝表態,賣的什麼藥?)”라는 제목의 이 글은 트럼프 신임 미국 대통령의 동아시아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중국의 긴장감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다는 느낌이다.
지난 매티스 국방장관의 방한에 이어, 이번 틸러슨 국무장관의 한중일 3개국 순차 방문에 대해 중국은 어떤 의미로 생각할까? 분명한 것은 중국의 긴장감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4월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로 진행될 이른바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에 앞서서 진행된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이라는 점에서도 중국은 틸러슨의 방일과 방한에 대한 의미 찾기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이른바 상대에 대한 미중의 상호 ‘간보기’가 시주석의 방미 이전에 절정에 달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어떤 느낌으로 이번 틸러슨의 한중일 3국 방문을 바라보고 있을까?

◆인민일보 해외판 SNS ‘협객도(侠客岛)’의 틸러슨에 대한 평가

3월 16일, 틸러슨은 일본 방문을 통해 “미국의 지난 20년간 대북정책이 완전히 실패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향후 미국의 북핵정책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전환될 것임을 암시한다. 게다가 트럼프의 안보분야 인선을 보면, 대북정책에 있어서 분명 오바마 정부보다 더욱 강경한 대북노선은 물론이고, 실질적인 행동을 취할 것으로 판단된다.

3월 17일, 한국을 방문한 틸러슨의 발언은 특히 북한과 중국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틸러슨은 한국에 도착한 뒤, “만약 앞으로 북한이 무력 도발 위협을 계속해서 끌어 올리고, 미국이 더이상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른다면, 미국은 결국 선제공격이라는 방법을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일본과 한국을 거쳐 중국을 방문하는 틸러슨의 일정에 대해, ‘협객도’는 ‘촉박하지만 조용한(덜 요란스러운) 행보’라고 평가했다. 과거 미 국무장관이 대규모 기자단을 동행했지만, 틸러슨은 단지 한 명의 기자만 대동했고, 조용한 행보가 틸러슨 국무장관의 스타일로 보인다는 것이다.

틸러슨은 왜 이렇게 조용한 행보를 펼칠 수 밖에 없을까? ‘협객도’는 흥미롭게도 두 가지 점을 지적했다. 우선, 국무원 내부의 장악 측면에서 보면, 다수의 국무원 고위 관리직에 아직도 공석이 많다는 점이다. 즉, 인선에 대한 내부 갈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국무원 예산은 물론이고, 해외 원조프로젝트 예산마져 트럼프에게 30%나 삭감되었다는 점을 ‘협객도’는 강조한다. 즉, 틸러슨은 취임을 하자마자 ‘인력부재’와 ‘재정부족’이라는 두 가지 난제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틸러슨은 우선 트럼프 사위인 자레드 쿠시너(Jared Kushner)에게 외교적 선수를 빼았겼다는 점을 ‘협객도’는 강조한다. ‘협객도’는 미국문제 전문가인 시다밍(習大明)의 말을 빌어, “트럼프 내각에서 틸러슨의 지위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고, 틸러슨은 ‘정책결정자’라기 보다는 ‘집행인’에 더 가깝다”라는 혹평(?)을 했다.

◆틸러슨 방한이 ‘혼란스런 한반도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는 중국의 의미는?

‘협객도’의 논평을 좀 더 살펴보자.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번 한중일 3국 방문으로 동북아시아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적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집행인 역할인 틸러슨의 언행은 한반도 문제와 중미관계에 대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생각을 은연중에 암시하고 있다. 트럼프정부는 당연히 자신만의 아태정책을 구상하고 있을 것이다.”

‘협객도’는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해 “마치 한 솥의 죽을 끓여놓은 것처럼 혼란스럽다”고 표현했다. 우선 북한 남성(김정남)의 말레이지아 공항 피살에 이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한미 연합훈련을 틈탄 ‘사드’ 설비의 한국 도입,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같은 일들로 인해 한반도는 소위 ‘죽탕밥’과 같은 혼란한 정세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오히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첫 동북아시아 방문의 화두는 매우 간결하게 ‘북한’에 집중되는 효과를 가졌다는 것이다. 즉 서울에 도착한 틸러슨은 북한과의 어떤 담판도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만약 북한의 무력 위협이 더이상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에 이를 경우, 미국은 무력으로 제압하겠다는 확실한 입장을 표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협객도’는 이렇게 자문했다. “그렇다면, 트럼프 정부는 이미 새로운 대북정책을 준비했다는 것인가?” 필자가 보기에, 이 질문은 중국의 팽팽한 긴장감을 의미한다. 방일과 방한에서 연이어 보여준 틸러슨의 발언은 곧 북한을 향한 강경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또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을 겨냥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이런 필자의 판단은 비단 ‘협객도’의 논평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 필자는 최근 베이징에서 중국 학자들과 비공개 안보대화, 좌담회, 봉황위성의 TV 토론등을 통해 감지된 것이다.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강렬하게 비판한 트럼프 정부의 새로운 아태 전략이 어떤 형태로 구성될 것인지에 대한 중국의 긴장감은 이번 틸러슨의 방일과 방한으로 절정에 올랐다.

이러한 중국의 긴장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은 ‘협객도’의 틸러슨 방한 임무에 대한 두 가지 평가에 있다. ‘협객도’는 “첫째는 미일 및 한미동맹을 계속해서 강화하는 것이다. 둘째는 마치 ‘항우 휘하의 장수가 유방을 죽이기 위해 춤을 추는 것(项庄舞剑,意在沛公)’처럼, 틸러슨의 언행에는 미국(트럼프)의 숨은 의도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고전을 인용한 이 말의 의미는 이번 틸러슨의 한중일 3국 순차 방문의 숨은 의도를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중국의 절박함이 있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트럼프의 ‘칼날’과 ‘창의 끝’이 어디를 향하는지를 중국은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끝’은 북한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의미이다.

게다가 이번 틸러슨의 발언은 한국이 바라는 바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즉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거절한다는 것이고, 이점은 한국이 지금 미국에게 원하는 것임을 ‘협객도’는 강조한다. 즉, “한국은 미국의 힘을 빌려 북핵과 사드라는 한반도 문제를 중국에게 떠넘기려고 한다. 또한 미국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고, 중국이 북핵문제에 더욱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도록 하려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중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틸러슨의 이번 방일과 방한은 혼란스러운 한반도 문제에 기름을 부은 셈이라는 것이다. 즉 중국의 부담만 더욱 가중시키려는 미국의 술수를 중국이 순순히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런 일방적인 책임 전가는 오히려 혼란스러운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더욱 가중시킬 뿐이라는 점을 중국은 강변한다. 한마디로 ‘북핵’과 ‘사드’라는 한반도 문제를 일방적으로 중국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의미이다.

◆4월의 미중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중국의 입장

‘협객도’는 우선 트럼프 정부가 첫날부터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을 표명했고, 이는 미국의 아시아 정책의 일부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틸러슨이 국무장관에 임명되자마자 바로 중국에 대해 “남중국해의 인공섬 건설을 용인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필자가 보기에는, ‘협객도’가 비록 논평 초기에 틸러슨과 트럼프의 숨은 의도에 대한 불만을 드러기는 했지만, 미중관계에 대한 분석에서는 최대한 냉정한 논지를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고 판단된다.

‘협객도’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태도는 두 가지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첫째, 한반도 문제에 대해, 한국이 미국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려고 하지만, 일방적인 압박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중국의 입장이다. 한반도 문제의 해결에는 중국의 ‘조절기능’이 필요하며, 미국의 맹목적인 강경책을 중국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변했다. 이 말의 의미는, 중국과 사전에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과, 설사 중국이 이에 동의하게 된다면 이에 합당한 어떤 ‘댓가’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필자는 해석한다.

“둘째, 미중관계는 한반도 문제이외에도 여러가지 이익관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단지 미중이 한반도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는 것은 전체의 국면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미국은 ‘늑대가 온다’는 수많은 ‘낭설’을 퍼트리고 있으나, 중국이 이에 대해 진짜로 여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의 의미는 서태평양 지역에 있어서 미중은 새로운 트럼프 미국 정부의 출현을 통해 ‘신형대국관계’의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필자는 해석한다. 필자는 동아시아 지역에 있어서 미중간에 크게 5대 현존하는 ‘협력’과 ‘경쟁’의 핫 이슈가 공존한다고 판단한다. ▲북핵과 사드를 포함하는 ‘한반도 문제’ ▲중일간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땨오위 다오, 钓鱼岛) 문제’ ▲중국과 타이완(台湾)의 ‘양안(两岸) 문제’ ▲‘남중국해 문제’를 기본으로, ▲‘미중관계’라는 5대 현안에 대해 미중 양국은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 5대 현안에 대해 미중 양국은 상호 이익을 존중하고, 이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빅딜(big deal)’의 형식으로 새로운 ‘신형대국관계’를 구상해야 한다는 것을 중국은 바라는 것이다.

◆미중의 상대 ‘간보기’에 대해 더이상 일희일비 (一喜一悲)하지 말아야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해외판 SNS ‘협객도’의 평론에 대한 고찰은 중국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협객도’는 틸러슨 한중일 방문이라는 미국의 이번 의도에 대해 “한편으로는 한일 양국을 다독거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의 마지노선을 떠보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새로운 정책을 펼치기 이전의 ‘연막탄’이므로, 중국이 이를 그대로 믿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협객도’는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한미일과 특히 북한에 대해서도 중국은 반드시 명확하게 중국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분명한 레드라인을 정해야 하며, 필요시 중국도 ‘낭설’을 퍼트려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필자는 최근 며칠간 중국 학자들과의 수 차례 좌담회와 TV토론에서 틸러슨이 중국 방문에서 민감한 사드문제나 북핵문제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번 틸러슨의 방중 목적이 현안에 대한 해결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라, 4월에 미국에서 진행될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사전 의견 조율이 최대 이슈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한국의 언론보도는 대부분 18일 진행된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회담에서 북핵문제와 사드문제가 주요 이슈가 되지 못한 점에 대해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미중간의 상호 ‘간보기’에 대해 우리의 입장과 기준만으로 일희일비 (一喜一悲)하지 말아야 한다. 보다 더 대국(大局)적인 시각으로 종합적인 대세를 읽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미중 양국의 상대에 대한 헛점 찾기와 ‘빅딜(big deal)’ 교환의 합의점이 무엇일지에 대해 집중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비로소 미중 양대 강국 사이에서 ‘새우’가 아닌 ‘돌고래’의 중진 강국 위상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다. ‘묘수’는 대국(大局)적 시각의 종합분석에서 비로소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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