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에듀윌 주최 공무원 시험 합격 전략 설명회에서 학생들에게 한 황남기 교수의 말이다. 황 교수는 최근 3년간 1000여 명의 합격자를 배출, 수험생을 공무원으로 만드는 ‘명장(名匠)’으로 불린다.
15일 서울시 구로구 에듀윌 본사에서 만난 황 교수는 전략을 던져놓고 돌아서는 단순한 ‘명강사’와 달랐다. 그는 "지금도 매년 수험 생활을 한다. 아침 7시 10분에 강의실에 나타나 아이들과 커피나 고구마를 사 주고 함께 먹는다"고 말했다.
특히 황 교수는 매년 시험이 있는 달에는 수험생과 함께 긴장하고, 합격 후에는 함께 술을 마시기도 하며 해방감을 맛본다.
황 교수는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에 ‘무언가’를 하나 끝내고 싶었다. 이에 400페이지 분량의 철학 원서를 하나 구입해, 이 기간 다 외우기로 했다.
황 교수는 “처음에는 이해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외웠다. 사실 이해가 되지도 않았다"면서 "아침 6시에 도서관에 가서 밤 11시까지 외우고, 집까지 걸어가면서 약 40분간 외웠다. 첫 1주일간 시행한 결과 외운 것은 하루 3페이지, 총 20여 페이지가 다였다"고 설명했다.
결과부터 말하면 45일 만에 황 교수는 완전히 외웠다. 언제 가속도가 붙었느냐 물었더니 "저자의 문장 스타일을 이해하게 되면서부터"라고 한다. 끈기가 암기력을 이길 수 있음이 입증된 순간이다. 그리고 이것이 황 교수의 '데스캠프'의 시초다.
'데스캠프'는 노량진에서 ‘공무원 합격 명장’이라 불리는 황 교수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프로그램이다. 데스캠프에 참가한 수험생은 말 그대로 하루 동안 ‘죽은 듯’ 몰입해 한 과목을 마스터하고, 소중한 공부법도 터득해 돌아간다.
즉 황 교수의 '데스캠프'는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쉬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 동안 의자에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 있어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이 할 일은 문제집 한 권을 회독하는 것. 여러 권이 아닌 한 권이고, 수험생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에 3~5회독을 한다.
그 결과 101명 도전자 중 단 1명의 낙오자가 나왔다. 나머지 100명이 총 15시간을 채우고 최초 참가비 2만 원을 받아갔다. 이렇듯 수험생이 ‘데스캠프’에 뛰어들어 독하게 임하는 이유는 공무원이 ‘국가고시’ 아닌 ‘국민고시’가 됐기 때문이다.
2017학년도 수학능력시험 응시자 수가 총 60만5988명인데, 2016년 시행된 공무원 시험 응시자 수는 약 40만명에 달한다. 수많은 일자리 가운데 하나인 공무원 응시자 수가 수능 응시자 수에 필적한다. 응시자 수가 가장 몰리는 7, 9급 국가직의 경우, 9급 경쟁률이 53.0대 1, 7급은 무려 76.7대 1이었다.
그런데 황 교수는 ‘9급 국가직 합격에 7개월, 7급 합격에 1년 반’을 이야기한다. 경쟁률이 높은데 그렇게 짧은 시간에 가능하냐는 질문에 황 교수는 "독하게 마음먹으면 가능하다"고 말한다. 학력은 크게 상관없으며 굳은 의지와 노력, 효과적인 공부법 선택이 관건이라는 게 황 교수의 설명이다.
공무원 합격은 명강도 필요하지만 수험생 스스로의 노력도 있어야 가능한 것이란 말이다.
아울러 황 교수는 "공무원 수험은 합격하기 위한 공부이지 학문이 아니다"며 "공무원 시험은 기본서만 1000페이지가 넘는다. 이를 무조건 탐독하는 것은 효율이 떨어진다. 그런데 문제집을 먼저 접하면 이 방대한 양의 지식을 어떻게 머릿속에 채워 넣어야 할지 방향이 잡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본서로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진 후 시험에 임박해 문제집을 통해 실력을 테스트한다고 생각하던 사람에겐 파격적인 제안이다. 하지만 놀랄 것 없다. 1~2회독은 어렵지만 5~6회독 정도 하면 속도가 붙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