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사드 배치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

2017-02-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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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로 미중 세력다툼의 최전장이 된 한반도

사드배치는 한중 양국 문제 아닌 한·미·중·러 얽히고 설킨 다자간 문제

중국을 통한 대북제재가 가장 효율적

사드 배치 재검토로 중국의 대북제재 협조 구해야

조평규, 중국연달그룹 /집행동사장

지난 주말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장관이 해외 첫 출장지로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사드(THAAD)의 연내 한국 배치를 공언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반도를 세계 도처의 현안 중에서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관심을 우리는 환영해야 할까? 오히려 한반도는 미국과 중국간 세력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싸움터로 내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사태는 미국과 쿠바와의 문제였을까? 작은 섬나라인 쿠바가 미국을 대상으로 전쟁을 벌이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쿠바는 미국과 소련 간의 냉전 싸움에 싸움판을 내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사드 배치 발표로 한·중간 의 관계는 실질적 외교라인이 중단되는 등 경색된 상태다. 사드 배치 발표 한달 전까지만 해도 한국 정부는 '3無'(미국으로부터 사드 배치에 대한 제의, 논의, 결정도 없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톈안먼 망루에 올라 한·중 우호를 과시하던 박대통령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은 중국 정부로부터 비난 받을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우리 정부는 '관시'(guanxi)와 사전 조율,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면, 비록 합의에 이르지 못했더라도 적어도 배신했다는 오해는 받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이 중국 최고 지도자가 체면을 잃었다고 생각하고 분노하는 핵심 요인이다. 중국의 강력한 반발과 경제적 제재위협은 예견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움이 더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 같은 무역적자국에 대해 환율조작국 지정, 관세 인상, 미국내 투자확대, 하나의 중국원칙 등을 협상카드로 사용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들고 나오는 시점에서 우리라고 두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트럼프의 반 이민 행정명령으로 미국이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리더의 역할을 포기함으로써 국제다자협력의 틀이 붕괴되고 있다. 북핵문제 해결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북한 제재에 서방국가들의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은 국제정세, 국력에 따라 사업의 전략이나 리스크가 달라진다. 박근혜 정부의 급작스런 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에 진출한 우리 투자기업, 무역업, 여행업, 전자상거래업, 한류 엔터테인먼트 사업, 유학생, 현지교민 등은 엄청난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 미국과 중국을 대상으로 사대주의적인 굴욕적 협상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주권국가로서 자주적인 전략적 재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현재 한국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내 정치적으로 미묘한 시점이기는 하지만 다음과 같이 제안을 하고자 한다.

국제 관계 전문가들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한·중 양국 간의 문제가 아니라 한·미·중·러 등 주변국 간의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북한의 핵 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실험에 대한 대응은 국제적으로 강도 높은 경제적 제재가 필수적이다. 국제적인 압박과 제재는 궁극적으로 북한의 핵 폐기가 목적이다.

대북제재의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중국을 통하는 일이다. 중국이 마음먹고 협조한다면 북한의 핵 폐기나 개발중단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한시적으로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잠정 중단하고, 미국과는 사드 배치 재협상을 하는 동시에 중국과 북한의 핵 폐기를 전제하는 대북제재를 요구하는 협상을 해야 한다. 우리의 카드를 중국이 협조하지 않거나 지속적으로 북한을 지원할 경우에 비로소 사드 배치를 고민하면 된다.

조평규, 중국연달그룹 /집행동사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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