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일본 오키나와 현 미군기지 이전 문제를 놓고 중앙 정부와 오키나와 간 분열 양상이 커지고 있다. 10일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단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7일 사설을 통해 "이번 공사 강행은 오키나와 현민의 의견을 방치한 채 미국과의 관계를 우선시하는 아베 정권의 방향을 그대로 드러낸다"며 "정부와 현의 갈등이 깊어지면 미·일 관계 자체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사를 강행하기보다는 오키나와 현의 목소리를 트럼프 정부에 전하고 대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상 매립 승인시에는 중앙 정부와 지자체 간 충분한 사전 협의가 필요하지만 이번에는 공사 시작 3일 전에야 일본 정부가 관련 문서를 전달하면서 오키나와 현 측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해저 지형 변화, 수산 자원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오키나와 현의 어업 조정 규칙에 따라 갖춰야 하는 '암초 파쇄 허가'도 3월 말에 만료될 예정이어서 허가 갱신이 필요한 상태다.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한 데 대해 일각에서는 미·일 정상회담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3일 제임스 마티스 미 국방장관의 방일 당시 "헤노코 이전은 유일한 해결책인 만큼 꾸준히 공사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미·일 정상회담을 사흘여 앞둔 상황에서 양국 간 합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공사를 강행했다는 얘기다.
당초 후텐마 비행장 이전 계획은 오키나와 현민의 기지 유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 1996년 미·일 간 협의로 마련됐다. 하지만 결국 오키나와 내로 비행장을 이전하기로 하면서 협의의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키나와 현 지역 주민들이 후텐마 비행장의 오키나와 이전을 반대하는 이유다. 오키나와 현에는 주일 미군기지의 70% 이상이 집중돼 있다.
오나가 타케시 오키나와 현 지사는 "현과 사전 협의를 하지 않은 만큼 공사 착수를 인정할 수 없다"며 "암초 파쇄 허가를 갱신하지 않는 등 여러 수단을 통해서라도 기지 이전에 저항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사를 막기 위해 법적 소송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일본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일 정책이 불확실한 만큼 정보 수집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NHK는 7일 보도를 통해 "아베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안보·경제 면에서 긴밀한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일본 자동차 산업과 환율 정책 등을 비난했던 트럼프의 대일 정책의 방향성이 충분히 파악되지 않은 만큼 마지막까지 정보 수집 및 조정에 전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