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춘제 대박 터뜨렸지만…" 올해 중국 영화시장 '기대 반 우려 반 '

2017-02-02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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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제 당일 박스오피스 1364억원 사상 최고치…주성치 '서유복요편' 흥행돌풍

거품 걷히는 중국 영화시장…지난해 박스오피스 전년비 3.7% 증가 그쳐

영화계 만연한 '퍄오부' …'실속없는' 영화 양산

텐센트, 알리바바, 완다 등 할리우드로 눈돌리는 중국영화기업들

중국 연간 박스오피스 동향[그래픽=임이슬 기자]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음력설) 연휴 기간 대륙의 극장가가 들썩이고 있다. 춘제는 중국‘극장가 대목’이라 불릴 정도로 관객이 몰리는 시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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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춘제 당일인 지난 달 28일 하루에만 중국 전국 극장가에서 8억 위안(약 1364억원)에 육박하는 박스오피스 수입을 거둬들였다고 차이나박스오피스(CBO)는 집계했다. 이는 지난해 춘제 연휴 당일에 기록한 6억8000만 위안에서 20% 이상 늘어난 수치로, 중국 영화 사상 하루 박스오피스 기준 최고치다.

춘제 연휴에 맞춰 스크린에 출동한 중국 영화들도 흥행몰이 중이다. ‘서유복요편 (西游伏妖篇)’, ‘승풍파랑(乘風破浪)’, '대요천축(大鬧天竺), ‘쿵푸요가’등이 대표적이다.

서유복요편은 28일 개봉일 기준 박스오피스 수익이 3억4800만 위안(약 587억원)으로 국내외 영화를 통틀어 일일 박스오피스 신기록을 달성했다. 같은 날 개봉한 '대요천축’과 ‘쿵푸요가’도 모두 1억 위안이 넘는 흥행수익을 달성했다. 춘제 연휴 나흘간 중국 전체 박스오피스 수익은 19억 위안도 돌파했다. 이 기세대로라면 지난 해 춘제 연휴 일주일간 달성한 36억 위안(약 6079억원)의 박스오피스 신기록도 갈아치울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올해 춘제 연휴 대륙의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영화 소비 열풍이 올 한해 전체에 이어질지에 관해서 업계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막대한 자본과 투기로 가득했던 중국 영화시장에 끼여있던 거품이 서서히 걷히고 있는 현실 속에서 중국 영화시장이 성장과 침체의 기로에 서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의 전체 영화 박스오피스 수익은 457억1200만 위안(약 7조8000억원)으로 전년의 400억 위안에서 고작 3.7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앞서 2015년 박스오피스 수익이 일년 사이 50% 가까이 급증한 것과 대조된다. 2016년 중국 영화 박스오피스 수익이 600억 위안을 돌파할 것이란 업계의 예상이 빗나간 것.

중국 영화시장이 한창 뜨거울 당시인 2015년 최고점을 찍었던 중국 영화사 주가는 지난 한해 내내 곤두박질쳤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해 중국 대표 3대 민영영화사인 완다시네마, 화이브라더스, 인라이트 미디어 주가는 각각 55%, 47%, 35% 하락했다. 1년 사이 3개 영화사 시가총액은 1270억 위안(약 21조원)이 증발했다.

중국 영화시장이 그 동안 급속도로 양적 팽창한 데 따른 성장통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해말 기준 중국 내 영화 스크린 수는 모두 4만1000개로 지난 해보다 1만개 이상 증가했다. 5년 사이 다섯 배가 넘게 증가해 박스오피스 기준으로 세계 최대 영화시장인 미국(4만 759개)도 초월했다. 2016년 한해 중국에 상영된 영화는 모두 507편, 이중 중국산 영화는 417편이었다. 395편의 중국산 영화가 상영된 2015년과 비교하면 훨씬 많다. 한때 중국 영화 박스오피스 수익이 올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중국 영화시장에 워낙 자본이 넘쳐나다 보니 거품이 끼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에서는 영화제작사로부터 거액의 보조금을 챙긴 온라인 예매사이트들이 영화표를 헐값에 파는 이른 바,‘퍄오부’(票補) 현상이 심각하다.

업계는 중국 영화시장이 호황을 이뤘던 2015년 영화제작사들이 퍄오부에 40억 위안을 쏟아 부은 것으로 보고 있다. 퍄오부 현상은 지난 해 다소 줄었지만 올해 들어 다시금 기승을 부리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 대표 영화사인 화이브라더스 왕중레이 회장은 “영화제작사들이 올 한해 전체 예산의 3분의 1을 춘제 퍄오부에 쏟아 부을 것"으로 보며 퍄오부가 중국 영화계를 해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작품성을 뒤로한 채 화려한 캐스팅과 특수효과로 승부를 보는 등 '빛 좋은 개살구' 영화들도 양산됐다. 중국 고전인 ‘봉신연의(封神演義)’를 원작으로 한 영화 ‘봉신전기(封神傳奇)’는 지난 해 개봉 전부터 리렌제(이연걸)의 영화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판빙빙, 안젤라베이비 등 중국 톱스타까지 가세했지만 영화 흥행수익이 3억 위안도 채 되지 않으며 본전의 절반도 못 건졌다.

판빙빙을 앞세운 중국 베스트셀러 작가 궈징밍의 3D 판타지 영화 ‘작적 (爵跡)’도 흥행에 실패했다. 중국이 낳은 세계적 거장 장이머우 감독의 ‘더 그레이트 월(長城)’도 8억 위안의 제작비에 맷 데이먼, 유덕화, 엑소 루한 등을 앞세웠지만 영화평론 사이트 평점은 10점 만점에 5점에 불과했다. 박스오피스 성적은 누적 17억 위안을 넘기며 나쁘지 않았지만 ‘장이머우 감독은 죽었다’라는 독설이 쏟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영화사들은 하나 둘씩 영화의 본고장인 할리우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할리우드 제작 영화에 투자를 단행하거나 공동으로 영화를 제작하고, 해외 인기 영화 판권을 사들여 리메이크를 하고, 할리우드 영화제작진을 투입해 기술 수준을 높이고 있는 것.

텐센트가 영화 '워크래프트' 제작에 투자하고, 알리바바가 '스타트렉 비욘드', ''닌자터틀: 어둠의 히어로' 등 할리우드 영화에 잇달아 투자한 게 대표적이다. 중국 상하이필름과 화화미디어는 최근 미국 대형 영화제작사 파라마운트에 10억 달러를 출자해 향후 3년간 파라마운트가 제작하는 모든 영화에 최소 25%를 투자하기로 했다.

‘문화제국’ 건설을 꿈꾸는 완다그룹은 AMC엔터테인먼트, 카마이크, 레전더리픽처스 등 미국 영화기업을 잇달아 사들인 데 이어 칭다오에 아예 할리우드 영화사들의 영화촬영을 위한 ‘중국판 할리우드’도 건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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