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설 연휴에 찾은 신도림은 여전히 '보조금의 성지'

2017-01-3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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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전 테크노마트 내 180여개의 휴대전화 매장은 스마트폰을 구매하기 위한 고객들로 붐볐다. 사진은 평일 낮 한산한 신도림 휴대폰 판매점 모습.[사진= 아주경제]

설 전 테크노마트 내 180여개의 휴대전화 매장은 스마트폰을 구매하기 위한 고객들로 붐볐다. 사진은 평일 낮 한산한 신도림 휴대폰 판매점 모습.[사진= 아주경제]


아주경제 권지예 기자 = "어떤 기종 찾으세요?"

"아이폰7 플러스요."
"현금완납 하시면 (계산기를 두드리며) 이렇게까지 드릴 수 있어요."

'보조금의 성지'로 불리는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을 딛자 마자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목소리다. 판매점 직원들은 약속이나 한 듯 계산기를 손에 들고 숫자를 두드리기 바빴다. 이 곳에서 가격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것은 그들의 암묵적인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판매점은 '가격 언급 금지'라는 문구를 써붙여 놓기도 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으로 설 연휴 대목이 사라진 여느 휴대폰 판매점들의 볼멘소리와는 달리, 설 전 주말에 찾은 신도림 테크노마트 내 180여개의 휴대전화 매장은 스마트폰을 구매하기 위한 고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단통법 시행 이후 커뮤니티 내에서 신도림 휴대폰 판매점들은 '보조금' 푸는 명소로 알려져 있다.

말을 건네온 판매점 직원에게 다짜고짜 '아이폰7플러스'의 가격을 물었다. A 직원은 우선 "어디든 기변(기기변경) 하시면 10(만원)이 지원되고 번이(번호이동) 하셔야 더 싸다"며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아 상담받길 권했다.

A 직원은 번호이동을 권하며 최대 30만원까지 '페이백'(계좌이체)를 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입단속을 시키면서 현금으로 당일 완전 납부를 하면 가격이 더 내려간다고 귀띔했다.

대부분의 판매점이 비슷한 방식이었다. 우선 고객이 원하는 기종을 선택하면 그에 따라 페이백이 얼마나 가능한지 계산기 혹은 종이에 적어 설명해주는 식이다. 

다른 판매점의 B 직원은 아이폰7 플러스의 가격을 묻자 퉁명스럽게 종이에 숫자만 적어 보여주기도 했고, 심지어 다른 직원 C는 스마트폰 메모장에 가격을 적자 "적으시면 안된다"라며 "다른 곳으로 가라"고 짜증을 내기도 했다.

10여 군데의 판매점에 같은 기종의 가격을 묻고 다닌 결과, 대부분의 판매점에서 LG유플러스로 번호이동을 할 시 페이백되는 금액이 가장 높았다. 이어 KT, SK텔레콤 순이었다. 아침부터 모여든 고객들로 인해 단말기가 없어 근처 대리점에서 퀵 서비스로 물건을 공수해오는 모습도 포착됐다. 

지난해 이동통신 3사의 불법 보조금 방지를 위해 신도림 테크노마트 내 6개 판매점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려졌지만, 여전히 신도림은 커뮤니티 내에서 'ㅅㄷㄹ'이라는 별칭으로 보조금의 성지로 군림하고 있었다. 특정 판매점들이 보조금을 뿌리는 상황에도 이통사들은 대책 마련이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신도림은 판매점이라서 통신사와 계약관계가 사실상 없다"면서 "어떤 방법을 써도 제재를 가할 수 없는 것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신 판매점과 거래하는 큰 대리점들에 패널티를 주고 영업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설 연휴 전 주말인 21일 전체 번호이동 건수는 1만7263건으로 전주 대비 2536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설 연휴 직전인 26일 번호이동 건수는 1만8703건,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에는 1만7289건까지 치솟았다. 1월 평일 번호이동 건수는 1만2000건에서 1만4000건 사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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