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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국민대 교수(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대통령 권력'을 지식중심에서 펴냈다.
"혁명을 꿈꾼다. 대통령을 탄핵하는 정도로 끝낼 일이 아니다. 잘못된 대통령을 만들고, 잘못된 후보와 지도자를 만들고, 잘못된 정당이 살아 움직이게 하는 잘못된 정치와 국가운영체계를 탄핵해야 한다. ‘하급 사무라이’가 일본의 메이지유신을 만들었듯 대한민국의 깨어있는 시민들이 모든 것을 바꾸는 날을 꿈꾼다"
설 연휴기간 동안 김병준 국민대 교수(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대통령 권력'을 다시 읽었다.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김병준 교수는 노무현 정부에 대해 "저급한 진영논리,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분노를 부추기고 선동을 일삼는 천박한 정치......이러한 저급함과 천박함 속에 대통령 노무현은 설 자리를 잃었다. 지지기반은 붕괴되고 대통령은 좌절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런 가운데 그는 검찰 수사를 받았다. 그리고 죽음에 이르렀다. 좋다. 검찰 수사와 당시 국정책임자들이 그를 죽음으로 몰았다고 하자. 그러나 우리가 기억할 것이 또 하나 있다. 죽음 이전의 또 하나의 죽음, 즉 좌절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좌절이란 꿈과 희망이 꺾였다는 뜻이고, 그것은 곧 지도자로서 죽음을 의미한다. 그에게 이 죽음이야말로 정말 받아들이기 힘든 죽음이었는지도 모른다"고도 회고했다.
김 교수의 아쉬움은 "지도자를 기다리는 사람, 지도자를 죽이는 사람, 죽은 지도자를 그리워하는 사람, 그들은 결국 다른 사람이 아닌 같은 사람이다"는 대목에서는 피를 토하는 것 같다.
김 교수는 최근 애국심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도 "물어야 할 것은 애국심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역사와 현실 그리고 변화에 대한 인식과 판단이다. 독일의 히틀러나 일본의 도조 히데키 같은 전범이 애국심이 부족해 자기 조국을 그 모양으로 만들었겠는가? 잘못된 인식과 판단을 지닌 지도자의 애국심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 국가와 국민 모두 위태롭게 만든다"고 적었다.
김 교수는 결론적으로 "문제는 국가 운영체계에 있다. 명치유신 이전의 막부가 그러했듯이, 또 임금이 통치했던 조선의 지배구조가 그러했듯이 지금 우리의 국가 운영체계는 이미 내려앉은 자동차처럼 생명이 다 됐다"며 앞서의 주장을 내놓았다.
그렇게 다시 책을 읽었다.
◆ [책을 읽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이대로 뭘 할 수 있겠나”(2017.1.25)
"이대로 뭘 할 수 있겠나" “권력으로 나라를 끌고가고 싶지 않았다. 명분과 가치로 해 나가고 싶었다. 그런데 대선자금 문제와 측근 비리 등으로 명분도 가치도 다 사라져 버렸다. 이제 무엇으로 대통령을 하겠나? 헌재가 탄핵에 대해 긍정적인 판단을 한다한들, 그래서 직무에 복귀한들 제대로 할 수 있겠나? 수단을 잃어버렸는데...”
2004년 4월, 17대 총선에서 승리하고 난 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 말이다. 김병준 국민대교수가 청와대 정책실장 시절 관저에서 노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 한 말이라며, 자신의 저서 ‘대통령 권력’(지식중심, 2017) 첫 머리에 ‘우울한 대통령’의 제하에서 이 일화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할 사람’으로 표현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국회로부터 탄핵을 당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 교수는 총선 승리로 인해 국민의 재신임을 얻어 직무 복귀를 앞둔 시점에서 이같은 노 전 대통령의 고뇌를 생생하게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회로부터 탄핵을 당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받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탄핵사유와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를 구태여 비교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김 교수가 전한 노 전 대통령의 고뇌를 만나고서 ‘대통령의 자리’를 다시금 생각한다.
김 교수는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권력은 잿빛이다. 경영권, 행정권, 가부장권 등 크게 보면 세상의 모든 힘이 그렇다. 겉으로 화려해 보일 수 있으나 그 속살은 잿빛이다. 많은 이들이 이를 쫒지만 정작 그 잿빛의 무거움을 보지 못한다"고 운을 뗐다.
김 교수는 이어 "권력과 힘은 손잡이 없는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쥐는 순간 손을 베이기도 하고, 이리저리 휘두르다 보면 어느새 그 칼은 내 몸속에 들어와 있다. 많은 이들이 그 칼을 탐내지만, 그 양날의 예리함을 알지 못한다"고 권력의 양면성을 경계했다.
'권력의 힘과 이면을 말한다'는 이 책을 조기 대선을 앞두고 출마 선언으로 바쁜 대선 주자들이 시간을 쪼개 한번쯤 읽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