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전경련’ 차기회장 후보에 박영주 회장 눈길 가는 이유는?

2017-01-3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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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利建)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사진=이건산업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재계 내에서 주요 회원사의 잇단 탈퇴로 와해 위기에 몰린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사태를 수습할 차기 회장으로 이건(利建)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을 추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그동안 전경련 회장은 형식적으로는 회장단의 만장일치로 추대되어 왔고, 수사를 받고 있거나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일에 연루된 총수도 안 되며, 조직을 이끌어갈 수 있는 재계 내의 입지도 갖춘 인물이어야 하는 등 여러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들을 추대해왔다.
하지만,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재계 빅4 총수들이 올해부터 회비를 내지 않거나 탈퇴를 공식화 하는 등 회원사들의 동요가 심각하다. 허창수 회장도 이미 이번 임기를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만큼 그의 마음을 되돌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부회장단에서 후임자를 결정해야 하는데, 고사하는 총수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태에 본의 아니게 연루되어 사정당국에 수사를 받거나 받을 예정인 총수들을 제외하면, 고른 조건을 갖춘 인사 폭은 매우 좁다.

이건에게 눈길이 가는 이유다. 1941년생인 그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과 함께 전경련 회장단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창업주다. 전경련 활동에 소극적인 김 회장과 달리 이건은 2001년 회장단에 합류한 뒤 지금까지 전경련의 공식·비공식 행사에 모두 참여하는 등 조용하지만 의욕적으로 활동했다. 또한 2000년대 이후 차기 회장 추대 때마다 진통을 겪었던 전경련 내에서 많은 의견을 아끼지 않는 등 재계 원로로서 책임을 다한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전경련 차기 회장을 추대할 때 반드시 기업 규모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 보다는 재계를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리더십은 기업의 전통과 이미지, 총수의 덕망에서 나온다”면서 “재계에서의 ‘뼈대’를 더 높이 평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 전경련은 ‘힘센’ 회장보다는 원로급이 맡아 지혜를 발휘해 전경련에 대한 반감이 큰 여론을 안정시키고 전경련의 미래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고 김각중 경방 회장과 강신호 동아쏘시오홀딩스 명예회장 등도 당시 위기의 전경련 회장을 맡아 훌륭히 조직을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이유로 지금 전경련은 이건의 ‘조용한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청렴함’과 ‘정직함’으로 존경을 받고 있는 이건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재계를 하나로 묶는 결집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전경련은 공식적으로 차기 회장 물색에 대해 어떤 내용도 밝히지 않았으나 조직 내에서 그의 용단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1972년 이건산업을 설립해 이건창호, 이건환경, 이건그린텍, 이건에너지 등 5개 관계사로 구성된 이건그룹으로 키워낸 이건은 지난 기간 동안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적이 없는 정도를 걷는 기업가로 재계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사양 산업이 된 국내 합판업계에서 첨단제품을 개발, 국내 수요산업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했으며, 솔로몬군도와 파푸아뉴기니 등에 진출했을 때에도 원칙에 입각한 윤리경영을 고집하고,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현지인들의 삶의 질을 높여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대우를 받고 있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이건은 ‘메세나(Mecenat, 문화예술·스포츠 등에 기업이 자금이나 시설을 지원하는 활동)’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1990년부터 매년 가을 ‘이건 음악회’를 개최하는 등 음악 후원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비영리 사단법인 한국메세나협회의 회장을 역임했으며, 전경련에서도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전경련은 다음달 23일 차기 회장 선출과 쇄신안 마련을 위한 정기총회를 열기로 하고 막판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정기총회는 1년에 한번 열리며, 참석 대상은 회원사 600여곳으로 과반 참석에 과반 찬성이 안건 의결 요건이다. 이날까지 어떻게 해서든지 차기 회장을 추대해야 한다. 이날 총회에서 안건으로 다뤄질 전경련 쇄신안도 차기 회장 추대라는 전제가 해결돼야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고, 4대 그룹으로부터 시작된 회원사들의 전경련 탈퇴 러시도 막을 수 있다.

만약 현 회장단에서 추대하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원로자문단 멤버 가운데 한사람을 추대하거나 외부 덕망가를 모셔오 는 ‘고육지책’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경련에 대한 여론이 너무나 안좋은 상황에서 차선책을 모색하기도 쉽지 않다.

전경련 관계자는 “지금까지 역대 회장을 뽑으면서 난 항을 겪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나 총회 때 회장을 선출하지 못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면서 “다음달 총회까지 새 회장을 추대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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