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이동건 회장의 장남인 이대희 대표이사 사장이 2014년 3월 쿠첸을 맡은 이후 매출은 하향 정체상태에 머물렀고, 수익성도 악화 되고 있다. 또한 자사 전기밥솥의 화재 사고로 인한 소비자 신뢰 저하, 각종 소송전 패소 등의 악재가 이어지면서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돌파할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쿠첸에 더 큰 문제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첸은 2세 경영인인 이 사장이 회사를 이끈 2014년 이후부터 매출이 지지부진하다. 2014년 2585억원에서 2015년 2567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도 비슷한 수준에 머문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는 사이 지난해 2분기에는 영업이익이 적자를 보면서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이 사장은 2003년 쿠첸의 전신인 부방테크론 기획실 이사로 입사해 2006년 부사장을 거쳐 2007년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짧은 시간에 쿠첸의 2세 경영체제를 완성하는 듯했으나 2012년 대표직에서 돌연 물러났다. 명분은 중국, 러시아, 미주 등 해외 판로 개척이었으나 업계에서는 경영능력의 부재, 전문경영인과의 갈등 등 다양한 추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쿠첸 관계자는 “2012년 이 사장이 경영에서 일시적으로 물러났던 것은 실적이나 내부적인 갈등과 관계는 없다”며 “해외 판로 개척의 필요성과 그 중요성을 감안해 이 사장이 나서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1년여 후 이 사장이 대표이사로 복귀한 뒤 쿠첸의 경영실적은 다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 경쟁상황의 심화로 인해 대부분의 중견 가전업체들이 겪고 있는 공통적인 위기라고 하면서도, 최고경영자(CEO)는 실적으로 능력을 증명해야 이 사장의 복귀 후 쿠첸의 실적 악화는 곱씹어 볼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쿠첸의 향후 전망도 좋지 않다. 최근 원인 모를 자사 전기밥솥의 원인모를 화재와 부실한 대응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잃고 있으며, 각종 소송 전에서도 패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첸 측은 지난해 12월 21일 김모(38·남)씨의 전기밥솥 화재가 난 이후 한 달 넘게 자사 ‘사고 매뉴얼’을 강조하며 50만원의 위로금만 지급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최근 한 방송사가 김 씨에게 전기밥솥 화재 관련 인터뷰를 신청했다는 소식을 접하자 쿠첸은 돌연 피해보상금을 200만원으로 올리며 부랴부랴 합의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쿠첸 측은 사고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피해자의 회유에만 열중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잘못된 선택을 한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외면받은 사례는 수없이 많다”며 “지금이라도 정확한 원인 규명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쿠첸은 회사의 중요 기술 관련 소송 전에서도 잇달아 패소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이들은 쿠쿠전자와 ‘안전장치가 구비된 내솥 뚜껑 분리형 전기 압력 조리기’ 특허의 권리 범위를 놓고 소송을 진행했다가 지난해 11월 패소했다.
밥솥 내솥 뚜껑이 분리돼 청소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특허로 제품의 안정성과 위생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기밥솥 핵심기술의 하나다.
이에 대해 쿠첸 관계자는 “소송 결과에 따른 제품 판매에 대한 영향은 없다”며 “이미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자사의 기술을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해 1월 쿠첸과 대유위니아의 소송전에서도 대유위니아의 손을 들어줬다. 쿠첸은 대유위니아로 옮겨간 자사의 일부 R&D(연구개발) 연구소 직원들이 전직금지 약정을 무시하고 경쟁사로 넘어갔다며 ‘전기밥솥 기술개발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로 전기밥솥 시장 후발주자인 대유위니아를 저지하려던 쿠첸의 공격은 무위로 끝났다. 쿠첸은 업계 1위 쿠쿠전자에 치이고, 후발주자인 대유 위니아에 밀리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각종 사건.사고로 인해 쿠첸이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며 “이에 대한 책임 있는 리더십과 타개할 수 있는 해법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