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재직 시절 보수단체에 돈을 대주고 친정부 집회에 동원한 의혹 사건을 검찰에 넘긴다.
특검 관계자는 "검찰이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만큼, 사실관계 확인작업을 거쳐 수사기록을 검찰에 이첩할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심우정 부장검사)는 보수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자금을 우회적으로 지원받아 '관제 시위'를 한 의혹을 작년 4월부터 수사해왔다.
검찰이 기록을 넘겨받으면 수사를 전면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김 전 실장의 조사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의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개입과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을 수사하던 중 그가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하라고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다.
김 전 실장은 2013년 말∼2014년 초 박준우(64)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보수단체 자금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전경련은 박 전 수석의 요구에 따라 자금 지원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최근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을 조사하던 중 전경련이 연간 약 30억원을 청와대가 지정한 10여개 보수단체에 지원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이 국가권력을 동원해 보수단체에 돈을 대주고 친정부 집회를 하게 한 것은 민주사회의 자유로운 여론 형성을 왜곡하는 것으로, 죄질이 나쁘다는 게 특검의 인식이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창작 활동을 억압하려고 한 것도 헌법이 보장한 사상·표현·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중대 범죄로 본다.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김 전 실장과 함께 구속된 조윤선(51) 전 문체부 장관의 경우 보수단체 자금 지원에는 적극적으로 관여한 정황이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