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보기] 뮤지컬 빨래...참 예뻐요

2017-01-28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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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공연 VS 2017년 공연

2005년 초연된 뮤지컬빨래가 2017년에도 지속되고 있다. 설 연휴 첫날인 2017년 1월 27일에는 18차 캐스팅이 공연을 했다.
                                                                                                                                       [사진=박원식 기자]


◆ 뮤지컬 빨래...참 예뻐요(2017.1.27)

오랜만에 보는 공연이지만 낯설지 않다. 넘버들이 워낙 유투브 등에 알려진데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팬텀싱어’ 등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대표곡인 ‘참 예뻐요’가 소개된 바가 있다.

뮤지컬계의 흥행남인 홍광호 배우가 부른 이 넘버는 아직도 유투브에서 지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홍광호 배우는 신인시절 솔롱고 역할을 맡기도 했고,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공연에 다시 등장해 전석을 순식간에 매진시키기도 했다.

뮤지컬의 인트로가 조금 달라졌다. 소개가 길어진 것은 그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다는 반증이다. 무대도 양분되었던 것에서 옥상이 연결된 것으로 바뀌었다.

2011년 첫 만남은 성두섭 배우의 솔롱고였다. 아직 신인이라 풋풋함이 있었고, 외모도 배역에 닮아있었던 기억. 공연이 끝나고 출연 배우들이 극장 밖에 대기하며 퇴장하는 관객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했던 기억도 있다.

솔롱고와 나영의 맑고 투명한 사랑이 말간 이불 빨래처럼 이어지는 전개가 스토리의 골격이다. 서울이 고향이 아닌 사람들이 산동네의 월세 집에서 아웅다웅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은 솔롱고와 나영의 사랑이야기보다 더 큰 비중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음향이 너무 과한 느낌. 특히 솔롱고의 넘버에선 리볼버를 너무 사용해 듣기 거북할 정도. 솔롱고의 음역 대를 바리톤이 아닌 베이스로 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소극장 특유의 깨알같이 소품적 희극장치가 과자의 부스러기처럼 느껴진 것은 너무 잦기 때문일 것이다. 앙상블들의 역할 바꿈은 몸에 익숙해져있었다.

스토리의 변주가 아쉽게 다가들었다. 세태를 반영하는 장면이 적어 아쉽기도 했다. 그런데 인터미션이 끝나고, 제일서점의 저자 사인회에 영화 내부자의 이병헌 풍자와 대사를 통한 최순실 이야기 한토막이 등장했다. 시대상의 변주치곤 소극적이라는 느낌. 시대를 관통할 풍자가 아쉬웠다.

2막 1시간도 1막과 비교해 별반 달라진 것 없는 흐름도 아쉬웠다. 인생, 살아감의 힘듦을 빨래를 통해 정화시키고, 극복하려는 극의 흐름은 최근 지나치게 계몽적으로 흐르는 전개를 경계한 탓일까.

밋밋한 것은 어쩌면 현실에서 벌어지는 지나친 극적인 풍경과 비교되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극장을 꽉 채운 관객은 연령층이 높다. 이른바 덕후 대신 처음으로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접하는 중년층들이 주류를 이뤘다. 관객층의 확산이라기보다는 이 작품이 새로운 것을 계속 공급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한국적 상황에서 롱런하는 공연이 드문 가운데 선전하는 빨래가 더 오래 관객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지 않길 바란다. 손빨래가 없어지고 그 자리에 세탁기기 들어서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게지.

◆ 뮤지컬 빨래 공연을 보고(2011.8.24)

슬펐다. 팍팍한 삶의 단면을 베어내듯이 배우들은 자기 몸에 맞지 않은 옷을 빨래를 했다. 빨래를 하는 장면이 유난히 많이 등장했다. 그 빨래에는 물기가 있었다. 물기가 있는 빨래가 객석과 가까이 있었다.

무대가 전환될 줄은 몰랐다. 소극장의 풍경은 늘 고정된 무대에 익숙했기에. 바퀴달린 문짝은 서가가 되기도 했다. 한쪽은 쪽방이고 다른 한 쪽은 옥탑 방이다. 그 나눔과 구분은 우리와 우리 아닌 다른 민족처럼 차별된다. 그 나눔과 구분을 이어주는 것이 빨래물이다. 그 빨랫물을 이편에서 저 편으로 옮겨주는 것은 바람이다. 그 바람은 생태적인 것 뿐 아니라, 서로를 보듬는 사랑과 이해다.

서울살이에 뿌리내리지 못한 여러 군상이 등장한다. 대학을 졸업하지 못해 취직할 수 있는 대형서점의 점원, 동대문 상가의 옷가게 주인, 동네 슈퍼주인, 그리고 불법 체류 신분의 외국인 노동자. 그네들이 전하는 서울살이는 빠듯하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0만원. 그들의 꿈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0만원이다. 그런 작은 꿈을 꾸는 시간은 행복하다.

직장에서의 억울함에 맞서는 나영은 조금은 생뚱맞다. 조직의 논리에 숨죽이는 김지숙의 처신이 더 현실로 다가왔다. 몽골 출신의 솔롱고는 자신의 이름처럼 무지개를 꿈꾼다. 그가 부르는 노래는 슬펐다.

시종 관객과 소통하며 유쾌함으로 전달하면서도, 작품의 중심에는 소외계층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다. 그네들이 살아가는 밑바닥 이야기는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잊고 살던 지난 시간에 대한 추억이다. 음향의 편차가 조금 심했다. 솔롱고 역의 성두섭은 호소력과 가사 전달력이 뛰어났다. 나영 역의 이보라는 숨이 찼다. 고음처리와 음정 불안이 신경 쓰일 만큼.

그러나 나영이 내뿜는 연기에 대한 열정은 관객을 압도했다. 희정 엄마 역의 최가인은 푼수 역할을 무리 없이 소화했고, 주인 할매 역의 조민정이 무대의 중심을 잡아주기에 충분했다. 8명의 배우 모두가 최선을 다하는 무대였다. 마이클 역의 최호중은 능청스런 연기력이 독보적이었다. 노래 분량이 적은 것이 조금 아쉬웠다.

잘 짜인 대본과 극을 살려주는 음악이 있었다. 소규모 무대에서 벗어나 조금 큰 무대에서 공연을 하면 어떨까 싶은 마음이 공연을 보는 내도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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