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에르네스토 아벨라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유가족에게 애도를 전하면서 "우리는 이 돌이킬 수 없는 인명의 손실과 관련해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조사하는 데 "사법력을 총동원하고 있다"면서 "한국 국민이 우리의 진실하고 더는 깊을 수 없는 유감을 받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벨라 대변인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로널드 델라로사 경찰청장을 여전히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휘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델라로사 청장을 유임시키기로 한 결정이 번복되지 않을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루손 섬 중부 앙헬레스시에서 작년 10월 18일 한국인 사업가 지 모(53) 씨가 마약 관련 혐의를 날조한 현지 경찰관들에 의해 자택에서 납치됐다.
지 씨는 마닐라 케손시의 경찰청 본부로 끌려간 뒤 목이 졸려 살해됐지만, 범인들은 이를 숨긴 채 지 씨의 가족들로부터 500만 페소(1억2000여만 원)의 몸값을 뜯어냈다.
필리핀 검찰은 최근 이와 관련해 현직 경찰관 2명 등 7명을 납치와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델라로사 청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21일 사의를 표명했으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를 반려했고, 같은 날 치러진 델라로사 청장의 생일잔치에까지 참석해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필리핀 현지에선 경찰 내부의 부패가 청산되지 않은 상황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이 경찰관들에게 마약 용의자 즉결 처분권을 준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비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