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NAFTA 재협상…‘멕시코 진출’ 한국 기업 전전긍긍

기아차 멕시코 공장[사진제공=기아차]

아주경제 송종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자무역협정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밝히면서 한국기업들의 수출 전략이 직격탄을 맡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기간 제시한 재협상을 통한 NAFTA 폐기 공약이 이뤄진다면 무관세를 노리고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미국 수출시 최대 35% 관세를 물어야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24일 기아자동차, GS칼텍스 등 멕시코를 미국시장 공략을 위한 전지기지로 삼았던 국내 기업들은 발생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놓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현재 멕시코 진출 한국 기업은 183개로, 중남미 전체 진출 기업 중 40%에 달한다. 이를 통해 발생하는 연간 매출은 약 220억달러(약 25조7000억원)로, 이중 상당수가 미국 수출로 인한 것인데 NAFTA가 변화 또는 폐기되면 대미 사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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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라 관계자는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 다수가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기지로 활용해 왔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NAFTA 재협상으로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향후 북미 수출은 부정적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지난해 5월 1조원을 투자한 멕시코 공장을 연산 40만대 규모로 가동하고 있다. 기아차에 따르면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의 20%는 현지에서 판매하고, 80%는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시장에 주력으로 수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NAFTA 공약을 시행해 관세 35%가 부과되면 기아차 뿐만 아니라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아차 멕시코 공장과 연계해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대모비스는 기아차에 모듈을 공급하기 위해 현지에 공장을 세웠지만 기아차가 수출에 타격을 받을 경우 제품 판매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지금 상황을 주의 게 지켜보고 있다”라며 “다른 글로벌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향후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GS칼텍스, 한화첨단소재 등 기아차 멕시코 공장과 협업을 통해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GS칼텍스도 트럼프 대통령의 NAFTA 공약 이행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올해 1분기 GS칼텍스는 기아차 멕시코 공장 등에 내장재 소재를 납품하기 위한 연간 3만t 규모의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었으나, 현지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어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동차 차체 재료를 만드는 한화첨단소재는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에 직접 수출이 아닌 기아차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 NAFTA 폐기에 대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처지다. 한화 측은 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의 동향을 보면서 향후 대응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C는 일본 미쓰이화학의 합작사인 MCNS를 통해 멕시코에 진출했다. 여기서 생산되는 제품을 기아차 멕시코 공장만인 아니라 현지에 있는 다른 완성차 업체들에게도 공급할 예정이었으나 기존 전략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밖에 효성도 멕시코를 비롯한 북미시장 전략을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멕시코에 진출하는 이유는 북미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가장 크다”라며 “무관세가 사라지고 30%가 넘는 관세가 부과되면 기업들의 현지 시장 전략은 생산량 감소 등으로 수정되고, 향후 현지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