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9조원 대 영업이익을 기록, 3년만에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갤럭시 노트7 단종 후폭풍에도 불구하고 올린 성과라 의미가 더 크다.
이같은 선전은 '반도체-디스플레이-스마트폰-소비자가전' 등 고루 구성된 포트폴리오의 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3년 3분기(10조1600억원), 2013년 2분기(9조5300억원)에 이어 세번째다.
일등 공신은 '슈퍼호항' 국면에 접어든 반도체다. 영업이익 9조2200억원 중 반도체 부문이 벌어다 준 돈은 4조9500억원으로 절반을 넘는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실적이다.
모바일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고 반도체 단가가 급상승한 게 주효했다. 또 18나노 D램, 48단 V낸드플래시 양산 등 혁신기술이 밑거름이 됐다.
올해에도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효자 사업이 될 전망이다. 스마트폰의 고용량화와 인공지능(AI) 산업이 성장하면서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중반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본격 가동,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실적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평택공장의 캐파(생산능력)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재 계획대로 양산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갤럭시 노트7 단종 여파에도 4분기 IM(IT·모바일) 부문 역시 선방했다. 갤럭시S7·S7 엣지 라인업 효율화와 중저가 모델 다변화로 2조5000억원을 벌어들였다. 전분기 1000억원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성과다.
부품(DS)파트인 디스플레이(DP)에서도 1조34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고객 다변화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판매가 늘었고, UHD(초고화질) 중심의 고부가 TV 패널 판매가 증가하면서 LCD 분야도 실적이 개선됐다.
소비자가전 부문은 SUHD·커브드 TV 등 프리미엄 제품에 힘입어 3200억원의 이익을 냈다.
이같은 실적 개선에는 달러강세 영향도 컸다. 지난해 3분기 말 1100원 수준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연말에 1200억원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약 3000억원의 이익을 봤다.
삼성전자는 2016년 연간기준으로 매출 201조8700억원, 영업이익 29조2400억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5년 연속 매출 200조원대를 달성했고, 영업이익은 역대 두번째로 높다.
한편, 삼성전자는 올해 총 9조3000억원 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한 후 전량 소각키로 했다. 자사주 소각은 회사가 보유한 자기 주식을 없애는 것이다. 자본금은 유지한 채 시장에서 주식 물량만 줄어들기 때문에 주당 가치는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