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원승일 기자 =“육아휴직, 그거 쓰면 회사에서 어린이집 차리게? 성공해라하고 책상 비울 듯한데.” 뒤늦게 장가가서 아들을 본 친구 녀석이 육아휴직 얘기에 손사래를 쳤다.
“아빠가 육아휴직 쓰면 인센티브 준다고, 휴직하는 대신 근무시간을 줄일 수도 있어? 그런게 있었어?” 아빠의 달,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등을 물었더니 친구는 금시초문인 듯한 얼굴이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굳이 육아휴직을 쓰라고 알려줄 필요가 없다. 알아서 일해 주니까.
정부는 눈치 없이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여러 인센티브(지원금) 제도를 운영 중이다.
‘아빠의 달’이 대표적이다. 같은 자녀에 대해 부모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 두 번째 사용자의 첫 3개월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의 100%, 최대 150만원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여기서 두 번째 사용자는 대부분 남성이어서 결과적으로 남성의 육아휴직에 인센티브가 나간다.
1년간 육아휴직 대신 근로시간을 단축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도 있다.
근로자는 사업자로부터 단축 근로에 따른 임금을 받고, 정부가 고용보험을 통해 통상임금의 60%를 별도로 지급한다.
예컨대 주 40시간 근무하며 월 급여 200만원을 받는 근로자가 주 20시간으로 근무시간을 줄이면 회사에서 100만원, 고용보험 60만원 도합 160만원의 급여를 받는 셈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림의 떡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남성 육아휴직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은 고작 8.5%에 불과했다.
최근 대선 후보들이 ‘육아휴직 의무할당제’, ‘육아휴직 3년법’ 등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기존 육아휴직 제도를 현장에서 활용토록 하는 것만으로도 벅차 보인다.
육아휴직이 활성화되려면 결국 관심과 용기가 필요하다. 육아휴직 쓰면 책상을 뺀다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그저 바라만 본다면 일·가정 양립은 앞으로도 ‘그림의 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