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진칼럼]사드보복, 보이는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

2017-01-24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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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사드배치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필자가 속한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은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제재를 파악하기 위해 한국 기업인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중국 비즈니스 종사자에 대한 인터뷰를 수년간 해왔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유의미한 통계분석을 위한 설문 수량을 확보하지 못했다. 각종 조사들이 기업인들을 귀찮게 하는 경우가 많아 조사 자체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사드는 껄끄러운 주제다. 이로 인해 응답자들에게 결과를 보내드리겠다는 약속도 아직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학술적 엄밀함을 갖추지는 못했어도 가설 수준에서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이번 사태로 인해 드러난 우리 대중국 무역의 허점이다. 알다시피 중국은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적이 없다. ‘중국의 한국 제품에 대한 수입불허 조치가 사드와 연관되었다고 확인된 바가 없다’는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며칠 전 발언은 정확하다. 문제는 앞으로도 확인이 힘들고 피해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제재가 비공식적임에도 우리 기업들이 이토록 뼈아픈 이유는 우리의 중국 비즈니스 또한 비공식적인 부분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많은 물품들이 공식 통관이 아니라 ‘다이공(代工)’이라고 불리는 보따리상이나, ‘관시(關係)’를 이용한 끼워 넣기로 중국으로 건너간다. ‘다이공’은 축소되는 추세지만, 공식 통관을 거친 물품 사이에 절차를 거치지 않은 물품을 몰래 넣어 유통하는 방식은 여전히 많다고 한다. 업계의 은어로는 ‘커튼’ ‘병풍’으로 불린다. 어떤 이는 화장품처럼 커튼과 병풍을 치기 쉬운 소상품들은 이러한 방식의 거래가 전체 거래량의 절반이 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비공식적 무역은 중국이 ‘법과 규정대로’ 통관 절차를 지키기만 해도 타격을 입는다. 실제 따이공, 커튼, 병풍 등은 최근 급감했다. 장기적으로 비공식적 무역과 비제도화된 관행을 축소하지 않는다면 두고두고 우리의 약점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공식적이지 않다 보니 중국의 기업과 공무원 상당수는 당과 정부의 모호한 뉘앙스를 파악해 알아서 대응하거나 민족적 감정에서 자발적으로 나선다. 이로 인해 지역별, 분야별로 온도 차이가 발생한다. 한반도와 인접한 동북3성과 베이징, 톈진(天津), 산둥(山東) 등의 지역은 사드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듯하다. 그러나 내륙 깊숙이 위치한 지역들은 상대적으로 둔감하다. 또한 비제조업과 달리 제조업의 피해는 아직 심하지 않다. 대화로 오고가다가 최종적으로 문서화된 계약이 이루어지는 방식이 대종을 이루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나 각종 규제에 취약한 일부 제조업 및 서비스업과 달리 대다수 제조업은 공식적인 사전 계약을 통해 물품이 공급되기 때문이다. 이는 본격적인 제재가 시작되지도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중국이 제재 수준을 올려 제조업 부문의 계약 갱신이 차례로 취소된다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조차도 개별적인 기업의 결정으로 포장되어 제재라는 증거를 찾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불행하게도 중국은 경험이 많은 상대다. 중국은 우리와 비슷한 대만을 상대로 다양한 경제적 압박을 해봤다. 수입 억제, 주식시장 개입, 기업별 선별적 제재를 통한 복종과 내부갈등 유도 등은 물론, 해킹 공격도 활용되었다는 설이 있다. 실제 2000년, 2004년 민진당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의 당선과 재선을 전후하여 중국이 경고한대로 대만 주가는 폭락했다. 우리 정부가 중국의 제재로 인한 피해를 과장하지 않는 것은 협상 전략이든, 주권국가의 자존심이든 올바른 선택일 것이다. 또한 중국의 일상적인 규제조차 사드 탓으로 오인되는 경우도 많은 듯하다. 그러나 앞뒤 가리지 않고 사드 배치를 선언해놓고 나서는, 이제까지 우리 기업의 피해를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않으면서, 보이지 않는 칼을 휘두르는 중국을 어떻게 상대할 것이냐는 불안과 불만의 목소리마저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글 : 조형진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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