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혼연히 자연을 이루어 사람의 힘을 빌려 된 것은 아닌 것 같다."
17세기 대학자 우암 송시열(1607~1689)은 자신의 시문집 '송자대전'에서 신사임당(1504∼1551)의 '묵란도'(墨蘭圖)를 이같이 평했다. 송시열의 발문은 사임당이 '현모양처' '율곡 이이의 어머니' 등의 표상으로서가 아니라 당시 사대부들 사이에서도 인정 받았던 수준 높은 예술가였음을 방증하며, 그녀가 초충도·화조화를 비롯해 묵매, 묵포도 등에도 뛰어났음을 확인시켜준다.
이 작품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2005년 KBS 'TV쇼 진품명품'을 통해서였다. 당시 이를 눈여겨봤던 안 회장은 2년여간 공을 들인 끝에 소장자로부터 묵란도를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섬세한 필선 그리고 농묵(濃墨)·담묵(淡墨)의 절묘한 조화로 그려진 난초 앞에 감정가(1억3500만 원)의 2배를 웃도는 구매비용은 아깝지 않았다.
전시장에서는 묵란도 외에 꽈리·맨드라미·구절초 등의 식물과 잠자리·나비·쇠똥구리 같은 동물을 함께 그린 초충도 14점도 만날 수 있다. 사임당의 초충도는 계절에 따라 변하는 자연의 모습을 일년 내내 집안에서 즐길 수 있고, 여러 길상(吉祥)의 의미를 담아 제작됐다는 점에서 그 장식성과 실용성을 높게 인정 받고 있다.
안 회장은 "당초 40~50점 이상의 작품으로 전시를 꾸릴 생각도 했지만, 진위 논란을 우려해 감정가협회에서 출처를 정한 그림들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오는 26일 방영 예정인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와 일정이 겹쳐 눈길을 끈다. 서울미술관 측은 "해당 드라마는 2년 전부터 방영 예정이었다가 연기된 것으로 안다"며 "의도적으로 시기를 맞춘 것은 아닌데, 드라마든 전시든 신사임당을 재해석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오는 6월 11일까지 서울미술관 제3전시실에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