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의 행보가 연일 화제다.
'친서민'을 내세운 행보는 오히려 '서민 코스프레'라는 비판과 함께 구설수의 정점에 서 있다. 반 전 총장이 아직까지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은 만큼, 앞으로 검증은 더욱 혹독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귀국한 그는 고향인 충북 음성에서 경남 거제와 부산 국제시장, 김해 봉하마을, 진도 팽목항에 이어 이날 호남지역 일정까지 6일간 동서를 가로지르며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특히 호남 민심의 심장부인 광주와 영남 정치권의 텃밭인 대구를 잇따라 방문하고, 전통시장 방문 및 청년들과의 만남을 진행하는 것은 서민·청년층에게 '어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같은 그의 행보가 의도한만큼의 효과를 내고 있느냐 하는 부분에서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귀국 직후 공항철도 티켓을 사기 위해 무인발매기에 만원짜리 지폐 2장을 한꺼번에 넣는 모습이 포착되며 그는 논란거리가 됐다. 충북 음성 꽃동네를 방문해서는 자신이 턱받이를 한 채, 누워있는 노인에게 미음을 먹여 또 한번 비난이 일었다.
선친 묘소를 참배할 때는 일부 편집된 영상 탓에 '퇴주잔'을 마셔버렸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현충원 참배 시 방명록을 미리 쪽지를 보고 베껴쓰거나, 방명록 사이에 핫팩을 끼워넣은 과도한 의전 등도 구설에 올랐다.
반 전 총장이 '친서민' 흉내를 내고 있다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잘 모르고 한 행동이나 실수라고 해도, 상식적으로 국민이 보기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들이다. 게다가 대권주자로서의 무게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반 전 총장은 아직까지 현안에 대한 입장이나 정책도 밝히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귀국 후 청년들과 만나 '청년 인턴십 확대'를 취업난 해결책으로 제시하며 야권과 청년단체 등으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샀다. 이날 조선대에서도 대학생 일부가 '청년문제 모르는 반기문 물러가라'며 피켓시위를 벌였고, 반 전 총장은 강연에서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반 전 총장의 민심 투어가 오히려 그의 추후 행보에 마이너스가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으로 정책을 발표하면서 차근차근 검증을 밟아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보여주기식' 행보가 지지도를 더욱 떨어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가족들의 비리 의혹 등이 제기되는 상황은 더욱 그의 발목을 잡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본격적인 검증도 시작이 안 됐는데 온갖 논란과 구설수에 휩싸여서 (반 전 총장이) 완주할 지 의문스럽다"면서 "국민이 가장 진절머리를 내는 게 측근 비리 또는 권력 사유화인데, 반 전 총장이 검증 과정을 통과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