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영관, 김충범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부상에 국내외 건설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1조 달러 규모의 이른바 트럼프식 뉴딜 정책 청사진을 제시한 것도 있지만 그보다 환율시장과 유가가 트럼프의 입에 따라 요동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동 시장에 해외건설 의존도가 높은 우리 업계의 경우 환율과 유가 추이에 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원화 약세에 따른 환차익 가능…매출 상승 효과"
그러나 트럼프 당선 전인 약 3개월 전(9월17일 1121원)과 비교하면 아직도 약 5% 오른 수치에 환율이 형성됐다. 업계에선 트럼프의 재정정책, 규제완화 및 제조업 활성화 정책 등이 실현되면 달러 강세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달러 강세에 따른 원화 약세 현상이 지속되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높았던 기간에 수주한 사업들은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실제 대우건설은 작년 9월 카타르 공공사업청이 발주한 '이링(E-ring) 고속도로 확장공사'에 대한 낙찰통지서(Awarding Letter)를 접수했다. 대우건설은 작년 9월 7일 최초 매매기준율(303.47원/리얄)을 적용, 총 26억5288만 카타르 리얄(약 8051억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17일 기준 1카타르 리얄은 322.30원으로 4개월 만에 6% 상승했다. 이를 현재 환율에 대입하면 약 8550억원 수준으로, 500억원 가량의 환차익을 거둔 셈이다.
국내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해외수주에서 환차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환율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조건이 맞아야 한다"며 "다만 환율이 너무 떨어지면 건설업체가 수주사업계획을 추진하는데 차질이 생긴다. 환율 상승폭이 미미할 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배럴당 50~60달러 횡보 예상…중동 건설발주 확대 기대
유가는 보통 달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최근 국제유가는 사우디의 강력한 감산 의지 표명과 쿠웨이트의 감산량 목표치 상회 등으로 50~60달러에 안착한 상황이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2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보다 0.2%(0.11달러) 오른 배럴당 52.48달러를 기록했다. 영국 런던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는 0.73%(0.41달러) 떨어진 배럴당 55.45달러에 거래됐다.
작년 11월 석유수출기구(OPEC)이 8년 만에 감산에 합의하면서 세계은행,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기관들의 2017년 예상 유가가 일제히 상향 조정된 바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는 OPEC의 감산합의 직후 올해 예상 유가를 배럴당 53달러에서 55달러로 상향 조정했으며,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배럴당 55달러로 예측했던 서부텍사스산 원유의 2017년 1분기 가격을 61달러로 수정해 발표했다.
작년 건설업계의 부진한 해외건설 수주의 원인에는 중동 산유국들의 대형공사 발주 축소가 원인으로 꼽혔다. 국제유가가 30~40대달러대에 머무르면서 공사를 지연하거나 취소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지역 건설 수주는 107억 달러에 그쳐 그동안 해외건설 수주액의 70% 이상을 차지하던 중동 수주 비중은 약 40%로 줄었다.
손태홍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유가 회복에 따른 재정 수입 및 투자 확대가 가능할 경우 해외건설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다만 국제유가에 대한 전망이 석유산업의 근원적 변화에 따른 수급과 공급의 불확실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해외건설 수주 회복에 대한 과도한 낙관은 금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