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위기의 신흥국...통화 약세 전망에 전전긍긍

2017-01-1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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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루블·터키 리라는 트럼프 정책에 당분간 하락 예상

바트·링깃화도 위험성 여전...러시아는 유가 반등 효과 전망

[사진=연합/AP]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멕시코 페소화와 터키 리라화 등 신흥국 통화가 달러 대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 무역 정책 도입 전망에 따라 자금 유출이 우려되는 탓이다. 반면 태국 바트화와 러시아 루블화는 하락세가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어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 멕시코·터키는 '울상'...페소화·리라화 줄곧 내리막길
투자전문매체 FX 스트리트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기준 외환시장에서 멕시코 페소화는 달러당 21.5225페소까지 하락하면서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경제·사회적 우려가 팽배해지면서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22페소 선이 무너진 셈이다. 올해 들어서만 페소화 가치가 5% 정도 하락하자 멕시코중앙은행은 달러 매도에 환율 개입을 단행했지만 화폐 가치 하락에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 

멕시코 페소화 하락의 배경으로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 정책이 꼽힌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부터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할 것이며 비용은 멕시코가 댈 것"이라는 발언을 거듭 강조하면서 멕시코를 불안하게 했다. 당선된 이후에는 멕시코 이전 계획을 갖고 있는 자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관세 협박을 이어가기도 했다.

그 결과 미국 자동차기업인 포드와 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스(FCA)가 멕시코 공장 건설 건립 계획을 철회하거나 미국으로의 공장 이전 계획 등으로 선회했다. 멕시코 정부는 경제적 타격을 우려해 해외 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자 설명회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이렇다 할 묘책은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트럼프발(發) 통화 하락 타격을 받은 곳은 멕시코뿐만이 아니다. 터키 리라화는 미 대선이 치러졌던 지난해 11월 이후 전년 동기 대비 약 20% 하락했다. 새해들어서는 8거래일 연속 9% 가까이 하락하면서 연속 최저치를 경신했다. 18일 이스탄불 외환시장에서 터키 리라화는 달러당 3.7660리라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감세 정책 등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미국 내 경기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퍼지면서 미국의 국채 수익률이 상승한 탓이다. 새해 첫날 터키 최대도시 이스탄불에서 총격 테러로 인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나는 등 불안정한 정세가 계속되는 점도 리라화 하락에 영향을 주고 있다. 

◆ 러시아·동남아는 '안도'...하락폭 상쇄·유가 반등 기대 영향

동남아시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태국 바트화는 18일 현재 달러당 35.2895바트에 거래되고 있다. 바트화는 지난해 10월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의 서거와 미국 대선 등 국내외 이슈를 거치면서 출렁였다. 푸미폰 국왕의 서거 이후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달러당 35.90바트까지 치솟았던 점에 비하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링깃화는 지난해 환율 가치가 4.3%나 빠졌다. 방콕 포스트가 최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는 트럼프 당선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금리 인상 횟수를 세 번으로 예상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국채 가운데 약 40%는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탓에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말레이시아 내 자본 유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연초를 넘기면서 하락세가 주춤한 상황이다. 태국 바트화는 미 대선 전과 비교할 때 약 1.7%의 하락률에 머물러 있다. 지난 2015년 화폐 가치가 18.5%나 떨어졌던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정부 정책에 따라 올해 반등 기회를 노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링깃화는 18일 기준 달러당 4.4445링깃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신흥국 가운데 가장 형편이 좋은 곳은 러시아다. 17일(현지시간) 러시아 루블화는 달러당 59.3648루블에서 움직이고 있다.  가치가 약 5.6% 상승했다. 러시아 현지 언론인 러시아투데이(RT)가 최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러시아 루블화의 화폐 가치는 1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년 동안 달러화 대비 22.59%나 가치가 상승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불투명한 경제 정책 탓에 달러화가 약해지면서 반사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 정부에 대해 우호적인 관계 개선의 여지를 남긴 데 대한 기대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非)회원국이 산유량 감산에 합의하면서 국제유가가 반등한 것도 밝은 경제 전망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취임을 앞둔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중심주의' 정책을 현실화한다면 신흥국 시장의 자금 유출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나온다. 신흥국 시장에서는 투자 자금을 달러와 미 주식자금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 탓이다. 다케우치 코지 미즈호종합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과 달리 경제 기반이 약한 신흥국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 달러화 부채의 팽창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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