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과 국민의당 ‘박지원 체제’ 등장으로 대선발(發) 제3지대 정계개편이 꿈틀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이 제3지대 후보군의 지지율을 압도, 어떤 식으로든 후발주자들의 이합집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와 개헌 등을 둘러싼 반문(반문재인)연대의 움직임도 한층 빨라지면서 대선 정계개편의 막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제3지대 정계개편의 당위성은 명분론보다는 현실론 때문이다. 제3지대 정계개편을 통한 판 흔들기 없이는 ‘문재인 대세론’에 균열을 가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가 이합집산을 이끌고 있다는 얘기다.
16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의 1월 둘째 주 정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2위인 문 전 대표와 반 전 총장의 지지율 격차는 다자구도보다 정당별(6자) 구도에서 4배 더 많았다.
실제 다자구도에서는 문 전 대표가 26.1%, 반 전 총장이 22.2%로, 양자의 격차는 3.9%포인트였다. 반 전 총장을 무소속 후보로 조사한 정당별 조사에서는 문 전 대표가 34.4%, 반 전 총장이 18.3%였다. 문 전 대표가 16.1%포인트 앞선 셈이다.
특히 다자구도에서 문 전 대표는 지난 조사 대비 0.7%포인트 하락, 반 전 총장은 0.7%포인트 증가하면서 지지율 추세만큼은 반대였다.
하지만 6자 구도의 경우 문 전 대표는 양자 대비 8.3%포인트 증가했지만, 반 전 총장은 3.9%포인트 하락했다. 선거의 3대 변수 중 하나인 정당의 조직 기반이 없는 ‘반기문 대망론’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 구도가 설 직후에도 지속된다면, 친박(친박근혜)계와 친문(친문재인)계를 제외한 모든 세력이 합치는 ‘중간지대 플랫폼’이 현실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른바 ‘우산론’을 앞세워 친문계의 여집합이 빅텐트를 형성하는 게 골자다.
◆與野, 일제히 사드 고리로 ‘文 때리기’
리얼미터의 다자구도 지지율을 보면, 이재명 성남시장(11.7%),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7.0%), 안희정 충남도지사(4.9%), 박원순 서울시장(4.4%),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2.3%),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2.2%) 등으로 나타났다. 이 중 ‘반·안·손’(반기문·안철수·손학규) 연대의 단순 지지율 합계는 27.3%로, 문 전 대표를 웃돈다.
정당후보별 조사에서는 양자 구도 이외에 안 전 대표(11.2%),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9.5%), 유승민 의원(5.2%),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2.3%) 등이 포함됐다. 반 전 총장과 안 전 대표, 유 의원의 지지율 합은 34.7%로, 문 전 대표를 0.3%포인트 앞선다.
그러자 여야는 이날 사드 등을 고리로 일제히 ‘문재인 때리기’에 나섰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문 전 대표가 사드를 차기 정부 과제로 넘기자고 한 데 대해 “말 바꾸기를 하는 것 같아 종잡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인 이재명·박원순 시장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드 관련 입장이 왜 바뀌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정치적 표를 계산하며 말을 바꿔서는 안 된다”라며 문 전 대표를 비판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자신의 대담 에세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를 통해 “합의 전에 사회적인 공론화가 이뤄졌어야 했다”고 공론화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한편 이번 정례조사는 지난 9∼13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26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면접(17%), 스마트폰앱(50%), 무선(23%)·유선(1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전화(90%)와 유선전화(10%) 병행 무작위생성·자체구축 표집 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및 임의 스마트폰알림 방법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9%포인트이며, 응답률은 20.4%였다.
정당후보별 6자 가상대결 조사는 11일과 12일 이틀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010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면접(16%), 스마트폰앱(49%), 무선(25%)·유선(1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전화(90%)·유선전화(10%) 병행 무작위생성·자체구축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및 임의 스마트폰알림 방법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이며, 응답률은 18.8%였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