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취임하는 새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서로 기축통화 패권을 지키고, 빼앗기 위한 준비태세에 돌입했다. 전쟁이 시작되면 미·중 간 패권 다툼으로 애꿎은 우리나라가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16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트럼프가 당선된 2016년 11월 8일 97.86에서 이달 13일 101.18까지 뛰었다. 그만큼 달러 강세가 심화됐다는 것을 알수 있다.
더욱이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재정 확대로 대변되는 트럼프노믹스가 본격 시행된다. 미 연방준비제도도 연내 기준금리를 3차례에 걸쳐 올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모두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나바로는 중국 경제 확장이 미국에 악영향을 준다는 내용을 담은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나바로는 환율전쟁도 불사할 태세로, 중국 고정환율제를 자율변동환율제로 변경하라는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역시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신년사를 통해 '화평굴기(평화롭게 우뚝 선다)'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영토주권과 해양권익을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는 주변국뿐 아니라 미국을 의식한 발언으로 평가된다.
중국 인민은행 산하 외환교역센터는 이달 6일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하루 만에 0.92% 내린 달러당 6.8668위안으로 고시한 바 있다.
이는 2005년 7월 중국 당국이 달러 페그제를 폐기하고 관리변동환율제를 도입한 이래 가장 큰 절상폭이다. 중국이 환율전쟁에 불을 댕겼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은 위안화가 연내 달러당 7위안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역내시장 환율이 최고 달러당 7.65위안까지 오를 것으로 본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관심은 이제 트럼프가 취임 직후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냐다.
미국 재무부 정책자문위원 출신인 루이스 알렉산더 노무라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도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자는 미국 재무부 규정을 바꿔서라도 취임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제는 G2 환율전쟁 여파가 한국 금융시장마저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원·달러 환율 변동폭 평균은 2016년 10월 5.3원, 11월 5.4원, 12월 4.0원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올해 들어 10일까지 변동폭은 평균 9.1원으로 약 2배에 달했다. 변동률도 2016년 10~12월 0.3~0.4%대를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0.8% 가까이 뛰었다.
미·중 환율전쟁에 대한 우려가 외환시장을 롤러코스터에 올려놓은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비난했듯이 대규모 무역흑자국에 대해 무역제재와 통화가치 절상 압력을 높일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원화 절상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