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현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씨(61·구속기소)가 롯데그룹(회장 신동빈)으로부터 70억원의 지원금을 받았다가 되돌려줄 당시 검찰 수사를 앞둔 롯데 상황을 충분히 인지했다는 관련 진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사정 업무를 총괄하는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이 최씨에게 롯데에 대한 내사 사실을 알려준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50) 과 최씨의 유착 의혹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핵심 수사 대상 가운데 하나다.
1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씨의 최측근인 고영태씨(41)는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소환 조사에서 "(작년 5월께) 최순실씨가 '롯데 상황이 악화되어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엉겨 붙을 수 있다'며 돌려주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고씨는 최씨가 각종 사업 이권을 챙기고자 기획 설립한 '더블루K'의 이사를 지낸 인물이다.
해당 진술은 롯데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별도로 하남 체육시설 건립 사업 명목으로 더블루K가 요구한 70억원을 송금했다가 돌려받은 경위를 설명한 것이다.
최씨가 신동빈 회장 일가의 경영 비리와 관련한 검찰 내사 진행 상황이나 강제 수사가 임박했음을 어느 정도 파악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엉겨 붙을 수 있다'는 표현은 행여나 검찰 수사에서 롯데와의 수상쩍은 거래 관계가 드러나거나 롯데 쪽에서 이를 먼저 거론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최씨 측은 '사업 부지 임대차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다'며 6월 7일 지원금 전액 반환을 통보하고선 9일부터 13일까지 순차적으로 돈을 돌려줬다.
검찰이 롯데그룹 계열사를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하며 공개수사로 전환한 것은 6월 10일이다.
박근혜 대통령 지시로 전면에 나서 '수금' 작업을 진행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구속기소)도 내심 롯데의 70억원 지원을 탐탁지 않게 여긴 것으로 보인다.
그는 검찰 소환조사에서 "정현식 (K스포츠재단)사무총장으로부터 사업 설명을 듣는 과정에서 자금 규모가 70억원이라는 말을 듣고 금액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통령께 사업에 무리가 좀 따르겠다고 말씀드리자 그럼 그만두라고 해 이를 정 사무총장에게 전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실제 박 대통령도 5월 말 아프리카·프랑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롯데그룹의 지원책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롯데에서 지원금을 받고 돌려주는 과정 전반에 박 대통령과 최씨, 안 전 수석 간에 깊은 공감대가 있었다는 방증이다.
안 전 수석은 다만 "롯데에 대한 검찰의 내사 상황은 전혀 알지 못했다"며 돈을 돌려준 배경에 대해선 드러난 정황과 맞지 않는 주장을 폈다.
검찰 조사에선 또 최씨가 스위스계 스포츠 시설 건설업체인 누슬리에 체육시설 건립 공사를 맡길 계획이었다는 관련자 진술도 나왔다. 누슬리는 더블루K와의 유착 의혹이 제기된 곳이다.
작년 3월 수천억원대 평창동계올림픽 시설공사와 관련해 더블루K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는데 협약식에 최씨의 측근인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56·구속기소)이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며 구설에 올랐다.
청와대가 더블루K의 파트너로 누슬리를 검토하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누슬리의 사업 참여를 보장하고 뒤에서 거액의 수수료를 챙기려 한 게 아닌지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검은 롯데 70억원 추가 지원과 관련해 최씨가 돈을 돌려준 경위를 상당히 비중있게 들여다볼 방침이다. 박 대통령→우병우 전 민정수석→최순실씨로 이어지는 '삼각 커넥션'을 규명할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씨가 검찰의 공개수사에 앞서 내사 상황을 파악했다면 우 전 수석으로부터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고 결국 그 이면에는 박 대통령이 있지 않았겠냐는 논리다.
특검이 해당 사안에 대해 검찰에서 적용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 등 혐의를 넘어 뇌물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라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특검 관계자는 "롯데와 관련해선 '70억원 추가 지원'이 아무래도 수사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우 전 수석이 수사선상에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