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총수 소환...경제 활력 저하 우려

2017-01-1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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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출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비선실세 최순실 일가 지원과 관련한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연초가 되면 대기업들이 전방위 투자계획을 줄줄이 내놨지만 올해는 사뭇 다르다. 최순실 게이트의 영향으로 삼성 등 재계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그나마 대대적인 투자계획을 발표했던 SK마저 특검 수사의 향배에 따라 움츠러들 소지가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대기업들의 경제 활력을 떨어뜨려 투자와 고용이 지연되면 서민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박영수 특검 사무실에 소환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법처리될 경우 국내 최대의 기업집단인 삼성 리더십에 공백이 생기게 된다.

삼성이 진행 중인 사업재편이나 지주사 전환, 인수합병(M&A) 등 굵직한 현안이 올스톱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미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 사장단 워크샵 등 굵직한 일정들이 취소된 상태다. 사장단 인사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투자와 채용 계획은 올스톱됐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기업인들이 출국 금지를 당하면서 연말연초에 예정됐던 일정들도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빠르게 결단을 내려야 하는 사안들을 놓칠 수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금새 외국 경쟁사들에 뒤처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인들의 해외 출장은 놀러가는 게 아니라 투자에 대한 방향을 잡거나 외국 기업과 제휴를 맺는 등 사업 기회를 보는 것이다"며 "가뜩이나 '죄인'으로 몰고 있는 상황에서 발까지 묶이니 경영활동에 대한 위축은 당연하다"고 토로했다.

삼성만 도마에 오른 게 아니다. SK그룹에도 특검 수사 불똥이 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2015년 8월 사면되는 과정에서 모종의 거래가 있었는지에 대해 특검팀이 조사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특검은 김영태 SK 부회장(당시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이 2015년 8월 10일 복역 중이던 최태원 회장과의 접견에서 "왕 회장이 귀국을 결정했다. 분명하게 숙제를 줬다"고 말한 대화 녹취록을 입수해 내용을 검토 중이다. '왕 회장'은 박 대통령, '귀국'은 사면, '숙제'는 그에 따른 대가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이에대해 SK측은 "최 회장이 사면받을 당시 미르재단은 아직 설립도 되기 전이었다"며 대가성이 없었다고 항변했다.

대기업 중 그나마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했던 SK그룹마저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재계에 긴장감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11일 향후 3년에 걸쳐 11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앞서 SK이노베이션도 올해 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고, SK하이닉스도 6~7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대기업들의 사기가 떨어지면서 경제 활력 저하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미 청년 실업률이 사상최대를 기록했고, 성장률도 2%대에 그치는 상황에서 자칫 우리 경제가 되돌릴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 고위임원은 "경제가 녹록치 않은 상황임에도 대기업들은 수사 대응 및 분위기 파악에 최우선 순위를 둘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경쟁력 저하를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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