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신탁업·금융지주 '힘 실어주기' 손해보험·회계는 '손질'

아주경제 임애신 기자 = 종합자산관리 활성화를 위해 신탁업에 대한 진입 문턱이 낮아진다. 또 금융지주가 계열사간 시너지 창출을 할 수 있도록 임직원 겸직을 허용한다. 분식회계 우려가 높은 상장사의 경우 6년에 한 번씩 외부감사 회계법인을 교체해야 한다.

지난 5일 '2017년 금융위원회 전체 업무보고'에 이어 12일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이 금융개혁 관련사항에 대한 브리핑을 실시했다.

금융위는 금융 경쟁력을 제고하고 국민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신탁업 제도 개편 ▲핀테크 2단계 발전방안 마련 ▲보험업 경쟁력 강화방안 ▲금융지주회사 경쟁력 강화방안 ▲회계 투명성·신뢰성 제고방안을 5대 개혁과제로 선정했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이 12일 정부서울청사 통합브리핑실에서 2017년 금융위 업무계획에 관해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새로운 신탁업자의 진입을 유도하기 위해 수탁재산별로 인가하지 않고 관리, 처분, 운용 등 기능별로 인가를 내줄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신탁업의 진입문턱이 낮아져 로펌(법무법인)이나 병원도 신탁업이 가능해진다.

운용 자율성도 확대한다. 위탁자 생전에는 위탁자를 위해, 사후에는 배우자·자녀 등 지정된 자를 위해 자산을 관리·운용해 수익을 배분하는 신탁생전신탁(유언대용신탁)을 비롯해 유언신탁, 유동화신탁 등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될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기사

• "비트코인 ETF 국내 불가" 재확인한 정부···당분간 논란 계속될 듯
• 현장 목소리 반영 '형식파괴' 토론회 진행…"시장 안정 도모 최우선"

아울러 양적 성장을 이룬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경쟁력 강화 방안도 마련했다. 규제와 자회사 중심의 그룹경영이 금융그룹 시너지 창출에 제약이 있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앞으로 임직원 겸직과 자회사간 업무위탁이 가능해진다. 사전승인·보고를 사후 보고로 전환하되 이해상충, 위험전이 등에 대한 사후감독을 강화한다. 또 2년 만에 영업 목적의 고객정보 공유을 재허용한다. 계열사간 고객정보의 공동 이용은 금융지주 체제만이 갖고 있는 강점이자 경쟁력의 핵심 요소라는 판단에서다.

김용범 사무처장은 "당시 정보유출은 개인정보를 마케팅 목적으로 이용하다가 발생한 게 아니라 파견직원이 정보를 복사해서 유출한 것"이라며 "빅데이터와 4차 산업혁명을 논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천적으로 정보공유를 금지하는 건 금융산업의 경쟁력뿐 아니라 소비자가 잠재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서비스 개발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 정보공유 관련 내부통제장치 강화하고, 정보유출 등 사고발생 시 주요 행위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비롯해 징벌적 과징금 및 일정기간 정보공유 제한 등을 제재할 방침이다.

금융지주의 지배구조와 운영방식도 개선한다. 지주사의 전략적 의사결정체계를 구축하고, 자회사의 인사·평가 등 권한을 강화한다. 겸직·업무위탁이 이뤄지면 수익 시너지가 제고되고 그룹 차원의 해외진출이 가능해진다.

손해보험은 저축성 상품에 치중하는 대신 위험보장이라는 보험업 본연의 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9월 손해보험 중 장기손해보험 비중(수입보험료)은 65%에 달한다. 또 우리나라 보험사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손해보험의 수입보험료는 0.5%로 미국 2.7%, 독일 2.2%에 비해 낮은 상황이다.

앞으로 자체적인 위험관리 능력이 큰 보험사에 인센티브를 부여할 계획이다. 공시기준도 바꾼다. 현재 보험계약자로부터 수령한 보험료(원수보험료)가 기준이지만, 앞으로는 원수보험료에서 재보험사에 지급한 보험료를 제외한 보유보험료로 바뀐다.

아울러 전세금 보호에 대한 안전판도 마련했다.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전세금보장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상반기 중 보증요율도 기존 0.192%에서 0.153%로 3.9bps 낮춘다.

2년 전 도입했다가 유명무실해진 단종보험 카드도 다시 꺼냈다. 항공사에서 여행자보험을 판매하는 것처럼 일상과 밀접한 보험상품에 쉽게 가입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서류를 간소화하고 판매채널도 다양화할 방침이다. 단종보험은 대부분 일회성 상품으로 보장내용이 비교적 단순하고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점을 고려했다.

안전보장의 사각지대로 불리는 전기자동차 및 전기자전거, 세그웨이 등 전기가 주동력인 1~2인용 소형 개인이동 수단에 대한 보험상품도 개발도 지원한다. 현재 전기차 보험료는 가솔린 자동차보험에 의거해 산출되고 있다. 이를 개선해 올 2분기 중 관련 상품 출시를 지원할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핀테크 관련 업종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도 확대한다. 지난해 산업은행·기업은행에서 5000억원을 지원했지만 올해부터 2019년까지 산은·기은·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성장사다리펀드를 통해 3조원이 지원된다.

규제 부담 없이 핀테크 서비스를 시험해 볼 수 있는 여건도 조성한다. 법 개정 없이 비조치의견서, 기존 금융회사에 테스트 위탁, 기존 금융회사를 대리인으로 지정 등 가능한 방안부터 추진한 후 성과에 따라 확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비대면 거래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인증, 본인확인 등의 규제에 대한 재검토도 이뤄진다.

또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거나 분식회계 우려가 높은 기업은 외부감사인 선임이 제한된다. 한 회계법인에서 장기간 감사를 받았다면 반드시 다른 회계법인에 감사를 받아야 한다. 회계법인에 대해서도 등급제가 도입된다. 감사 품질이 낮으면 상장회사 감사가 제한된다. 

김 사무처장은 "새로운 체계 내에서 중점과제를 차질 없이 이행하는 한편 현장점검반 활동을 통해 현장 밀착형 과제를 적극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