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LG유플러스가 오는 3월 초 통신업계로는 최초로 'PC 자동 오프제'(퇴근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컴퓨터 전원이 꺼지는 제도)를 전격 도입한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기치로 내건 인간존중 경영의 실천이라는 평가와 함께 그가 진두지휘한 '즐거운 직장' 프로젝트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PC오프제는 퇴근 시간 이후 자동으로 컴퓨터 전원이 꺼져 자연스레 정시 퇴근을 유도한다. LG유플러스의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앞으로 이 시간을 넘겨 일하는 직원들을 LG유플러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다만 업무의 특성상 정시 퇴근이 불가능한 일부 부서는 제외된다.
PC오프제는 고용노동부와 기업은행·현대백화점 등 국내 일부 관·민간 기업에서만 실시되고 있다. 직장인들의 업무 집중도를 높일 수 있고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어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반면 불황이 지속되면서 조직원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기업문화의 특성상 비현실적이라는 점에서 경영진이 선뜻 내놓지 못하고 손에 쥐고만 있는 카드이기도 하다.
권 부회장은 2015년 12월 취임 이후 '즐거운 직장팀'을 신설하고 '아침에 눈을 뜨면 출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작년 3월에 스마트워킹 데이를 선보이기도 했다. 스마트워킹 데이인 매월 둘째·셋째 주 수요일 오후 5시에는 회사 차원에서 조기 퇴근을 권장하고 있다.
권 부회장은 스마트워킹의 실천이야 말로 1등으로 가는 지름길로 보고 있다. 실제 2008년 LG디스플레이에서 대표를 역임할 당시에도 즐거운직장팀을 만들어 재미를 봤다. 효율적인 업무처리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고 이를 바탕으로 1등사로 거듭나는데 보탬이 됐다.
이와 함께 권 부회장은 밤 10시 이후 카카오톡 업무지시도 금지사항으로 못박았다. 이는 본사를 포함 전국 300여개 지점 직원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안이다. 퇴근 직전·주말 등에 업무지시, 번개 모임·금요일 회식 등도 금지돼 있다. 이를 어긴 직원은 예외 없이 인사 조치가 시행되며, 팀장 이상의 경우 보직에서 해임될 수 있다.
격식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권 부회장은 카카오톡을 즐겨 사용하며 업무 보고도 이곳을 통해 받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밤 중 업무 지시 금지를 스스로 실천하며 사내 문화로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솔선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반발도 없지 않았다. 이통 시장의 치열한 3파전 경쟁 구도 속에 이런 제도를 두고 "남보다 뛰어도 모자른 판에 이러다 만년 3위로 주저 앉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터져 나왔지만 별 탈 없이 안착해 가는 분위기다. 여가가 생긴 직원들의 만족도 또한 매우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취임 초부터 직장과 가정의 균형 잡힌 삶을 강조해 온 권 부회장이 이번에는 근무시간의 정상화라는 묘수를 꺼낸 든 것으로 보인다"며 "집중력 있고 효율적 일처리를 강조하는 스마트워킹이 본격화된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새로운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