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예술이 가져야 할 공공성의 가치가 모두 훼손된 사회에서 이를 바로 세우자는 의미에서 극장을 세웠다."
문화예술인들이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맞서 서울 광화문광장에 '블랙텐트'를 쳤다. 극단 고래 대표이자 블랙텐트 극장장을 맡은 이해성 씨는 지난 10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개막식을 갖고 이 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4주 단위로 작품을 편성했으며, 박근혜 정부가 퇴진하지 않으면 4주를 더 연장하는 식으로 끝까지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텐트는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 동상 뒤편에 폭 8m, 길이 18m, 높이 5.5m 가량의 크기로 세워졌다. 오는 13일 개관 기념 초연을 시작으로 16일부터 평일 오후 8시 공연을 펼칠 계획이다. 이 대표는 "공공극장이 외면했던 세월호 희생자,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한 각종 국가범죄 피해자들, 해고 노동자 등 자본에 박해받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16일부터 20일까지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다룬 '빨간시'(극단 고래), 23일부터 이틀간은 '그와 그녀의 옷장'(세월호 416가족극단)이 마련되며 이후 25일부터 27일까지는 '마임', 31일부터 내달 3일까지는 '검열언어의 정치학 : 두 개의 국민'(극단 드림플레이 테제21)이 펼쳐질 예정이다.
블랙텐트 측은 이날 선언문을 통해 "지금 여기 광화문광장은 그 자체로 사회적 삶의 극장"이라며 "우리는 이 극장에서 연극의 공공성, 예술의 공공성, 극장의 공공성을 다시 배우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블랙텐트는 세월호 참사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이르기까지 지금 우리 앞에 드러난 한국사회의 민낯을 직시하고 반성하며 새로운 국가, 사회, 인간에 대해 질문하는 공론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