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재심’(감독 김태윤·제작 이디오플랜·제공 배급 오퍼스픽쳐스)의 모티브가 되는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은 2000년 전북 익산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이다.
당시 경찰과 검찰, 법원은 증거 없는 자백만으로 목격자를 살인자로 둔갑시켰고, 3년 후 체포된 유력 용의자에게는 ‘증거 없는 자백’이라며 풀어주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이는 13년 후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뤄졌고 대중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현재까지도 재판 진행 중인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두고 김태윤 감독은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소년이 목격자에서 용의자가 된 과정을 다룬다. 돈 없고 빽 없는 재심 변호사 준영(정우 분)와 10년을 억울한 옥살이를 해왔던 현우(강하늘 분)의 이야기는 섬세하고 다층적으로 표현된다.
현우 역을 맡은 강하늘은 평소 약촌오거리 사건에 깊은 관심이 있었다며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느낀 감정이 시나리오 선택까지 이어졌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만이 출연의 이유는 아니었다. 강하늘은 “시사 프로그램이 관심의 시작으로 작용했지만 영화 속 상황들에 몰입하고 이입하게 되었다”면서 “배우로서의 욕심도 작용했다. 1차원 적인 피해자의 아픔이 아닌 다층적인 면모를 그려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주연배우인 강하늘과 정우는 이번 작품까지 총 두 편의 영화와 한 편의 예능프로그램을 함께 했다. 두 사람은 제작보고회 내내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작품에 대한 또는 서로에 대한 신뢰를 아낌없이 드러냈다.
정우는 강하늘과의 3번째 호흡에 대해 “태도나 호흡 면에서는 이전과 다를 게 없었다. 하늘이는 더 성숙해졌고 연기에 확신이 생긴 느낌을 받았다. 촬영 시작하기 전 빠듯한 스케줄을 겪었던 하늘이가 캐릭터 해석에 어려움을 겪을까 봐 조언을 해줬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촬영을 시작하고 나니 정말 잘하더라”고 칭찬을 쏟아냈다.
강하늘 역시 정우와의 호흡에 “정말 좋다. 예전부터 정우 형의 팬이었다. ‘쎄시봉’ 때는 함께 연기하는 마냥 좋았고, ‘꽃청춘’ 때는 동등한 친구가 된 것 같았다. 이번 ‘재심’을 찍을 땐 형이 동생 강하늘이 아닌 현우로 대해준 것 같아서 기뻤다”며, 한층 더 성숙해진 두 사람의 연기 호흡을 기대하게 했다.
두 사람의 공통분모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정우는 영화 ‘쎄시봉’, ‘히말라야’에 이어 ‘재심’까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에 세 번째 출연하게 되었고, 강하늘 역시 ‘쎄시봉’, ‘동주’에 이어 마찬가지로 세 번째 실화 영화의 주연을 맡았다.
이에 강하늘은 “감독님께 ‘저는 이상하게 실화 작품만 하게 된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감독님께서 ‘실제가 더 영화 같을 수 있다’고 하시더라. 그 말씀이 맞는 것 같다. 우리가 평범하게 산다 하지만 그 안에 영화 같은 게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촬영을 하며 억울함과 분노를 느꼈다. 영화를 보며 나와 다른 종류의 삶도 들여다볼 여유가 생기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충무로 대세 배우 정우와 강하늘, 거기에 ‘국민 엄마’ 김해숙까지. 더할 나위 없는 캐스팅을 마친 김태윤 감독은 “감독이 아닌 팬의 입장이었다. 영화 나오기 전 이들의 연기를 먼저 볼 수 있다는 게 특권 같았다”며, 배우들과의 호흡에 대한 만족감을 쏟아냈다.
김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면서 캐스팅을 생각한 건 아니었다. 탈고까지 마친 뒤 시나리오에 맞는 배우를 생각하다가 불현듯 정우 씨가 변호사 역할에 적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박준영 변호사를 만났을 당시 소박한 인상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정우 역시 친근감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랐던 것 같다”며 캐스팅에 대한 비화도 전했다.
이어 강하늘에 대해서는 “반대되는 이미지를 본 것 같다. 감독들끼리 하늘이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저 친구는 바르고 착한 역 많이 하는데 악역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눈빛이나 얼굴형이 사실은 선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까 악역은 아니지만 거친 캐릭터인 현우를 잘 소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국민 엄마 김해숙에 대해 “저는 선배님에 대한 한 가지 이미지가 있다. 굉장히 센 호랑이 같은 모습이다. 나를 잡아먹으려는 것이 아니라 지켜주는 호랑이의 느낌? 엄마는 그런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기존 영화들처럼 눈물샘을 자극하는 게 아니라 호랑이처럼 웅크리고 있다가 나를 보호하려고 상처를 입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며 세 배우 모두 적역이라고 자랑했다.
김태윤 감독은 ‘재심’을 진심과 진정성으로 만들고자 했다. 거기에 “완성도를 더해” 관객들이 감동과 공감을 얻어가기를 바랐다.
그는 “사실 현우는 선입견을 품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저 역시 실제 모티브가 된 분을 만나 뵙고 ‘만약 이 분이 실제 범인이라면 어떡하지?’하는 의심을 했었으니까. 하지만 그를 유일하게 믿어주는 변호사가 있었고, 그와 현우가 서로를 이해해나가는 과정을 영화 속에 잘 담아내고 싶었다”며,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길 바란다”는 뜻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