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정호 기자 = “한국의 인공지능(AI) 기술 경쟁력은 선도국 대비 4.4년, 로보틱스는 4.2년, 사물인터넷은 4.2년 뒤쳐져 있습니다”
윤만호 전 산은금융지주 사장은 10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EY한영 신년 경제전망 세미나에서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됐지만, 한국 기업들은 이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윤 전 사장은 EY한영의 상임 고문이다.
윤 전 사장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업의 선제적 대응을 일컫는 ‘리셋 비즈니스(Reset Business)’를 통해 한국 경제가 재도약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한국이 전후 폐허를 딛고 초고속 경제 성장을 달성한 것처럼, IT강국인 한국은 4차 산업혁명의 파고 역시 이겨낼 수 있는 충분한 저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윤 전 사장은 이어 제조업의 가치 사슬을 나타내는 “스마일 커브(Smile Curve) 상에서 테슬라, 제너럴 일렉트릭(GE) 등 글로벌 기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R&D, 설계 등의 영역에 치중하는 반면, 한국은 부가가치가 낮은 조립, 생산 등의 영역에 치중해 있다”며 대부분의 한국 기업은 저부가가치에서 고부가가치 영역으로의 사업재편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스마일 커브는 대만의 컴퓨터업체 에이서(ACER) 창업자인 스탠 시가 주창한 개념으로, 지식기반 경제의 가치 사슬 단계별 부가가치를 나타낸 곡선이다. 고점(R&D, 서비스 등)에 위치할수록 부가가치가 높고, 저점(부품, 제조 등)에 위치할수록 부가가치가 낮다.
윤 전 사장은 “현 시점이 70년대 2차 오일쇼크와 90년대 IMF 구제 금융 사태에 이은 세 번째 산업 구조조정 및 사업 재편 시기”라며 안팎으로 퍼펙트 스톰이 몰려오고 있는 가운데,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통해 한국 기업과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사장은 퍼펙트 스톰에 대응하기 위한 해법으로 ‘4Х4 전략’을 제시했다.
퍼펙트 스톰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은 △사업 재편 가속화 △4차 산업혁명 관련 핵심 기술력 확보 △이종산업 간 생태계 구축 △디지털 혁신 등 ‘4가지’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고 윤 전 사장은 강조했다.
아울러 국내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관련 핵심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글은 이미 2010년부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로보틱스, 클라우드 관련 기업을 차례로 인수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도 이제 4차 산업혁명 관련 핵심 기술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이것이 미래의 성장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윤 전 사장은 “새로운 가치 창출의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이종산업간의 생태계(Eco System)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업체로 출발해 금융, 인프라, 물류, SNS 등 타 산업과의 융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그 영역을 인터넷 자동차, 에너지 산업 등으로 넓히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