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닷새만에 또 개헌 강조...개헌 속도·범위에 촉각

2017-01-1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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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연설 이어 닷새만에 '정치 고향'서 개헌 강조

자위대 권한 확대되는 '헌법 9조' 개헌 여부 관건

[사진=연합/AP]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개헌 의욕을 거듭 드러내 그 방식과 범위에 관심이 쏠린다. 사실상 최장기 총리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에서 '전쟁헌법' 개정에 의욕을 드러낼지 주목된다.

◆ 아베, 신년 연설에 이어 닷새 만에 개헌 강조
지지통신이 10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시에서 열린 후원회 모임에서 "올해는 일본 헌법 시행 70년을 맞은 고비의 해"라며 "새로운 국가 건설을 위해 다양한 과제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상 헌법 개정에 대한 의지로 풀이된다. 오는 5월이 되면 일본 헌법은 제정 70년을 맞는다. 

야마구치현은 아베 총리의 '정치적 고향'으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1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초대해 회담을 열었던 장소도 야마구치현이다. 정치적 메시지를 표출할 때 대부분 야마구치현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헌법 개정 의지를 강조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더구나 이번 발언은 신년 입장 발표에 이어 닷새 만에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집권 자민당 총재이기도 한 아베 총리는 앞서 지난 5일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신년 모임에서 "헌법 시행 70년을 맞은 만큼 논의를 통해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헌법을 만들어가는 해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참의원 선거 이후 개헌과 관련한 말을 아껴왔던 아베 총리가 불과 며칠 사이에 개헌 입장을 거듭 강조하면서 취임 이후 줄곧 추진해 온 개헌을 올해 들어 본격 착수하겠다는 의지를 구체화한 것이라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헌법 9조' 개헌 여부에 주목...'전쟁 국가' 우려에 반발 

개헌 항목으로는 △ 헌법 9조 개정 △ 국회의원 임기 연장 등 긴급사태 조항 창설 △ 환경권 등 신규 인권 조항 마련 △ 재정 관련 규율 제안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관심을 끄는 부문은 헌법 9조 개정 여부다. 헌법 9조는 전력 보유·교전권 등을 금지하고 있어 이른바 '전쟁 법안'으로 통한다. 

헌법 9조가 개정되면 일본은 '전쟁 가능 국가'가 되는 만큼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아사히신문이 지난해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개헌에 찬성하는 의견은 42%, 중립과 반대는 각각 33%, 25%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개헌에 중립이거나 반대한 응답자들은 '집단적 자위권(42%)'과 '자위대(38%)' 관련 법안 개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개헌을 통해 일본 정부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일본 자위대의 활동 범위가 확대되면 주변 국가와의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남중국해를 비롯한 아시아 내 영유권 분쟁, 북핵 관련 한반도 정세 등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개헌 여부를 두고 일본 내 반발이 적지 않은 이유다. 

◆ 최장기 총리 가능성...단계적 개헌론 부상

다만 상반기까지는 개헌 논의가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서 미국 정권 교체가 이뤄지는 데다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방영토 분쟁 관련 성과를 내지 못한 탓이다. 생전 퇴위를 천명한 일왕의 거취와 관련 특별법 제정 문제도 개헌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일단 미국·러시아와의 외교 문제를 해소한 뒤 총선이 예정돼 있는 올 가을께 개헌 분위기를 형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개헌을 하더라도 '총체적 개헌'보다는 '단계적 개헌'을 실현할 가능성이 높다. 논란이 큰 헌법 9조 개정은 미루고 긴급사태 조항 등 여야 간 이견이 적은 항목을 중심으로 개헌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최장기 총리'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아베 총리가 의외로 느긋하게 개헌을 준비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온다. NHK에 따르면 자민당 당규 개정으로 아베 총리의 임기는 3년 늘어나 오는 2021년 9월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규 개정안은 오는 3월 15일 당대회를 거쳐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확정 가능성이 높다.

당장 올해 안에 개헌 목표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참의원 선거가 3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만큼 2019년 참의원 선거에서 다시 한 번 개헌을 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 안팎에서는 아베식 개헌이 '가부'가 아닌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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