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포스코 역사의 시작을 알린 포항제철소 1고로가 첫 쇳물을 생산한 지 45년 만인 내년 폐쇄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회장 권오준)는 지난해와 올해 고로 개수공사를 통해 조강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쇳물 증산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내년 포항1고로 폐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1고로는 이미 수년 전부터 폐쇄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국내 최초의 대량 생산을 추구한 고로라는 포항1고로의 상징적인 의미와 함께 여전히 높은 생산성 때문에 최근 수년간 쉽사리 ‘종풍(終風, 고로에 바람을 넣는 것을 중단하는 것. 종풍을 하면 고로는 생명이 끝난다)’을 결정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생산 효율화 및 제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초대형 고로를 확충하면서 증산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폐쇄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포항1고로 폐쇄에 따른 생산량 감축분을 만회하기 위한 추가 고로 건설을 고려하지 않고, 대신 다른 고로의 개·보수 공사를 진행한다.
먼저 오는 2월 24일부터 6월 14일까지 109일 동안 포항3고로의 4대기 조업을 위한 3차 개수공사를 진행한다. 이번 개수공사는 지난해 광양5고로처럼 초대형 고로로 탈바꿈시키는 형태로 진행된다. 포항3고로 내용적은 기존에도 4350㎥로 대형으로 꼽히지만 이번 개수공사로 5600㎥로 확대되면서 연산 500만t급 초대형 고로로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에는 광양5고로의 내용적을 기존 3950㎥에서 5500㎥로 확대하면서 조강생산능력이 150만t 이상 증가했다. 공사에 따른 가동 중단으로 지난해 포스코의 조강생산량은 2015년 대비 소폭 감소한 것으로 추산되며, 지난해 조강생산능력 확대로 올해 포항3고로 개수공사에 따른 쇳물 부족을 보완함으로써 올해 생산량도 예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내년에는 2년간의 대형화 개수공사가 직접적으로 영향이 미칠 것이기 때문에 포스코에 증산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되어 쇳물 증산 자체가 비용을 높이는 상황이 되고, 제품 믹스(Product Mix) 변화에 대한 부담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결국 이에 대한 대안으로 포항1고로 폐쇄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포항1고로가 폐쇄되지 않을 경우 기존 고로의 출선비 조정을 통해 실제 각 제선설비의 쇳물 생산량을 줄여서 총량을 유지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포스코가 세계 최고 수준의 고출선비 조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조정하여 쇳물 증산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올해 하반기 광양 7CGL 준공이 예정돼 있고 고부가가치 강종 생산 확대에 따른 공정 부하가 늘고 있으며 해외 생산설비도 늘고 있어서 쇳물 증산을 자체적으로 소화할 여지도 있다.
문제는 조선산업 불황으로 국내 후판 수요가 2020년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후판 생산 감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라 상·하공정 불균형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쇳물 생산 자체를 줄이는 것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포항3고로 내용적 확장과 함께 내년 포항1고로 폐쇄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포항3고로 개수공사가 완료되면 포스코는 광양 1고로(6000㎥), 광양 4고로(5500㎥), 광양 5고로(5500㎥), 포항 4고로(5600㎥)와 함께 총 5개의 초대형 고로를 보유하여 세계 톱 10의 절반을 차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