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9일 "서민물가가 걱정되는 부분으로 공공요금은 되도록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차관보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1월에 가스요금 인상요인이 있었지만 공공기관 경영 효율화로 인상요인을 흡수하고 요금을 동결하기로 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전년보다 1.0% 오르는 데 머물렀지만, 배추는 69.6%, 무 48.4%, 양배추 33.5% 뛰며 장바구니 물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특히 최근 조류 인플루엔자(AI) 때문에 달걀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달걀 대란'까지 빚어지며 밥상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대표적인 서민물가인 공공요금만이라도 부담을 덜어주려는 것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두 달에 한 번씩 조정하는 가스요금도 인상할 요인이 생겼지만 이 차관보는 "앞으로도 상황을 보고 공공기관이 인상요인을 흡수할 수 있으면 최대한 흡수할 것"이라며 "인상 시기도 분산하겠다"고 강조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꾸린 달걀 문제에 대해서는 "어제(8일) 달걀 수입에 필요한 검역·위생 절차를 마친 만큼 언제든지 달걀이 수입될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며 "지금은 1개 업체가 달걀 160만개를 수입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앞으로 그 양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국내 달걀 반출도 늘리기로 했다.
이제까지 AI 발생지역에서 반경 3㎞를 방역대로 보고 달걀 반출을 제한했으나 올초부터 방역 조건을 충족하는 농장의 달걀 반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 차관보는 "일주일에 1번, 30∼50%를 반출하기로 했는데 설을 대비해 100% 수준까지 반출해서 공급을 맞추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하루에 달걀 4300만 개를 공급하다가 요즘은 공급량이 3000만 개 밑으로 떨어져 가격(상승)이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앞으로 달걀이 수입되고 난황, 난백 등 계란 가공품이 수입되면 제과·제빵업체와 같은 대형 수요업체가 이를 사용하고 신선란의 공급이 소비자에게 많이 돌아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차관보는 설맞이 제수용품 물가에 대응해서는 "내일(10일) 국무회의에서 설 성수품 공급 확대, 가격 감시활동 강화 등 설 성수품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탁금지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이 차관보는 "기재부 차원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일별로 (영향을) 점검하고 있고 (다른 부처에서) 실태조사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필요하다면 보완방향을 종합적으로 재점검하겠다는 정도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최근 고용사정과 관련해서는 "2014년과 2015년에는 제조업에서 연평균 15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지만 지난해 구조조정 여파로 하반기에는 감소했고, 2014∼2015년에 숫자가 줄었던 자영업자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용원 없는 자영업을 중심으로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 상반기 제조업 고용이 더 악화되고 청탁금지법 영향도 시간을 두고 나타나면서 전반적인 고용사정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차관보는 "기본적으로 올해 17조원 규모의 일자리 예산 중 30% 이상을 1분기 집행할 것"이라며 "공공부문 신규 채용을 가급적 상반기로 당기고 자영업 '상권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대출 관련 규제인 담보인정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LTV와 DTI는 2014년 8월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이후 각각 70%와 60%로 완화됐으며 1년 단위로 두 차례 연장됐다.
금융위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DTI 등 현행 규제 수준을 유지하되 이보다 더 깐깐한 가계대출 심사지표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도입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안정시키기로 했다.
이 차관보는 "(정책협의체 회의 내용은) 2014년 DTI 등 규제 합리화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재점검하자는 취지"라며 "그래서 (규제를 강화할지 완화할지) 방향성은 정해져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4년 하우스푸어, 렌트푸어 등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규제 합리화라는 표현을 썼다"면서 "몇 번 말했지만 (DTI 등의 규제가) 간접적으로 경기에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그 자체를) 경기 조절 장치로 보지 않는다. 앞으로도 그럴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