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일본 정부가 '방위 협력 외교'를 유럽으로 확대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아시아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 견제를 본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아사히신문이 9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나다 도모미 일본 방위상은 최근 벨기에와 프랑스를 잇따라 방문, 방위 협력 외교 일정을 마쳤다. 먼저 벨기에에서는 브뤼셀 소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과의 회담을 통해 해양 안보 등의 협력 강화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외무상은 체코에서 8일(현지시간) 카렐 슈바르젠베르그 체코 외무장관과 또 다른 회담을 진행한다. 이 외에도 일본 정부는 호주와의 ACSA 개정안에 서명을 검토하는 한편 영국과의 ACSA 체결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연초부터 방위 외교에 집중하는 데는 미국 정권 교체를 앞둔 가운데 남중국해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 지난 2012년부터 체코를 비롯한 동유럽 16개국과의 정상 회담을 통해 경제 협력, 남중국해 문제 협력 등을 강조해왔다.
특히 이번 일·프랑스 외무·국방 각료회의에서는 공동 성명문에 "남중국해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방적인 행동에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다"는 문구를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명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유럽을 거머쥐려는 일본의 야망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의 안보 정책 방향은 아시아보다는 중동이나 러시아에 대한 비중이 높아, 중국 견제에 대한 태도에 입장차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프랑스는 아시아 내에서도 중국과 경제적 유대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중국에 대한 배려 여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본 정부는 올해 예산안 가운데 방위비를 사상 최대인 5조 1251억엔(약 52조 26132억 원) 규모로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년 대비 1.4% 증가한 것으로, 오는 20일 예정돼 있는 각의(국무회의)에서 예산안이 통과되면 일본 방위비는 5년째 인상하는 셈이다.
특히 미사일 발사 실험을 계속하는 북한에 대응하는 한편, 영토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을 겨냥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 등 국경 지역의 섬이나 해역 경비를 강화하는 데 전년 대비 12% 증액된 2106억엔(약 2조 1620억 원)을 편성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