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세월호 1000일...촛불집회가 세월호를 인양한다

2017-01-09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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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처리는 비민주성의 상징...이제 민주공화국을 만들어야

서울 광화문광장 남단에 있는 세월호 분향소에 설치된 표식.                                                            [사진=박원식 기자]


2014년 4월 16일, 우리는 결코 그 날을 잊지 못한다. 오늘, 그 날이후 꼭 1000일이 된다. 지난 7일 새해들어 처음으로 열린 대규모 주말 촛불집회는 '세월호 촛불집회'였다. 주제도 '박근혜는 내려오고 세월호는 올라와라'였다.

참사가 발생한 지 1000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왜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세월호 이야기가 현재 진행형일까? 그 해답은 아직도 인양되지 않고 있는 세월호 선체에 있을 것이다.  
그 참사는 우리를 부끄럽게 했다. 단원고 학생 등 304명의 인명을 구해내지 못한 부끄러움은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우리가 겪은 참담함의 기억을 영원히 지워지지 않도록 낙인을 찍은 사건이다.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인 아픔은 희생자와 그 유가족들이 겪고 있다. 아직도 9명은 세월호가 침몰한 맹골수로의 험한 바닷길에서 헤매고 있다.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가족들은 팽목항에서, 그리고 동거차도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세월호 인양과 함께 그들의 운명이 최종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시신을 확인한 유가족들은 피멍이 든 가슴을 부여잡고 1000일 동안 오직 한 마디만 외쳤다. '진상규명'

세월호 특별법이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졌지만 그 법에 따라 구성된 특조위는 정부의 갖은 방해 등으로 제대로 조사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 세월호 유가족은 물론 시민사회단체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진상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 진상이 규명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은 세월호 선체가 인양되지 않고 있는 것과 닮아 있다.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사가 발표됐지만, 그 조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는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 낱낱히 드러났다. 청와대와 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사고 원인을 은폐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것이 야당 국회의원들의 주장이다.

여야라는 진영 논리를 잠시 벗어나보면, 최근 네티즌 수사대인 자로가 올린 동영상 '세월X'가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새로운 조사 필요성을 부각시킨 것은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진영논리로 접근하지만, 오히려 그동안 제기된 잘못된 근거와 억측을 잠재운 측면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을 위한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날 촛불집회에서 나온 구호 중 세월호 인양과 관련해 '진실을 인양하라'가 긴 울림으로 다가들었다. 세월호 인양=진실 파악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해도 최소한 진실 파악의 단초가 마련될 것으로 믿는 국민들이 많다. 

그동안 공개석상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던 세월호 생존 학생들이 용기를 내어 이날 촛불집회 무대에 올라, 그동안 마음속에 두었던 울분을 쏟아냈다. 자신들만 살아서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친구들을 잃은 유가족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계속 가졌다고 했다.

아무 잘못도 없는 생존학생들이 가졌던 죄송함은 그들의 몫이 아니라 우리들이 짊어져야 할 마음이었다. 그것도 세월호 구조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거나 구조를 지시해야 할 사람들이 가져야 할 죄송함이었다.

생존 학생은 이런 말을 했다. 앞으로 자신들을 유가족들과 갈라놓는 어떤 것도 이겨내겠다고 했다. 친구들을 구조하라고 지시하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7시간'을 당연히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생존 학생들이 이 말을 하는 것이 얼마나 힘겨웠는지 상상해본다. 그 상상력의 원천은 새해 벽두 대통령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과 5일 열린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심판 공개 변론에서 대통령 대리인단 변호사의 입을 통해 쏟아진 말들이다.

세월호 참사에 책임이 있다고 지탄받는 사람들에게서 생존학생들이 가졌던 '죄송함'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내가 뭘 잘못했나'는 식의 공세적인 말에서 다른 차원의 세계와 접하는 느낌이다.  

이 정부가 지속되는 한 세월호 침몰 원인 규명이 요원할 것이라는 세월호 유가족의 말에 공감이 갔다. 세월호 침몰 원인 규명과 사태 처리 방식은 우리 시대의 낡아빠진 제도와 관습의 극단을 보여줌으로써 단순히 세월호 유가족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10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주말마다 광화문 광장을 비롯해 전국 도시의 거리로 나선 것은 우리 시대의 뿌리부터 감싸고 있는 낡고 후진적인 모습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적극적이고 평화적인 의사 표현을 위한 것이었다. 그 상징이 바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다.

비선 실세에 의한 국정농단, 정경유착 등 전근대적인 행태가 가능했던 잘못된 체계는 우리가 청산했다고 믿었던 낡고 후진적인 모습, 즉 비민주성이 아직도 청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월호'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서는 헌법이 정한 민주공화국을 제대로 만들 수 없다.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한 이후 다소 마음에서 부담을 내려놓은 시민들이 다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한다. 그래서 세월호를 인양해 그 속에 쌓이고 쌓인 우리 시대의 비민주성을 발가벗겨 내고 민주공화국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혀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지 않고 대한민국에서 살아갈 국민이면 당연하게 짊어져야 하는 운명이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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