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동영상] '소화불량' 김포한강신도시…'배고픈' 장위뉴타운

  • 글자크기 설정

1~3월 4700가구 입주 기다리는 김포한강신도시…집주인 출구전략 시작

사업 지연되는 장위뉴타운, 방 두 개짜리 빌라 1억원에 내놔도 거래 안돼

서울 성북구 장위재정비촉진지구 내 공가 전경. [사진=오진주 기자]


아주경제 강영관·김충범·오진주 기자 = 올해만 30만가구가 넘는, 내년까지 총 100만가구에 달하는 입주물량이 쏟아지면 주택시장에 과잉공급 문제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전국적으로 이미 빈집이 100만가구를 웃도는 가운데 공급폭탄이 터질 경우 세입자를 찾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쏟아내게 된다. 11·3 대책 이후 한 풀 꺾인 주택시장의 침체가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특히 집값 하락으로 인해 깡통전세 문제가 심화되면 서민들의 주거 안정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한다. 빈집은 주변 상권을 침체시키고 주변 주택시장을 슬럼화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조속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빈집 수는 2010년 73만 가구(4.1%)에서 2030년에는 128만 가구(5.1%)에 이어 2050년에는 302만 가구(10.1%)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 이미 100만 가구를 넘어선 상황이다.
세입자를 구하지 못 해 빈 집이 늘어나는 지방과 달리 수도권의 경우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주에 따른 공가 발생으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강북권 대다수 재개발 사업장의 경우 사업 진행이 늦어져 수요 유입이 안 돼 10여년째 빈 집인 채로 남아있거나 이주가 진행되면서 공가로 남는 경우가 많아 상권 쇠락과 더불어 치안·도시미관 저해 등의 부작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입주폭탄과 빈집 문제가 수명위로 부상한 김포 한강신도시와 장위뉴타운을 찾아 실태를 점검해봤다. 
 
◇ 입주폭탄 쏟아진 한강신도시…집주인 출구전략 본격화= 8일 방문한 경기 김포한강신도시. 곳곳에 분양가 할인의 내용이 담긴 현수막들이 나부끼고, 적잖은 단지 내 상가들이 공실 상태에서 임차인을 모집하고 있었다. 주변 모습은 황량함마저 느껴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김포한강신도시가 있는 김포시는 올해 1만1133가구가 집들이를 진행하며, 올해 1~3월에만 3개 단지, 4700여가구가 입주에 돌입한다. 한동안 미분양 공포에 시달렸던 김포지역이 이제는 미입주 문제를 걱정해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이다.

김포한강 운양동 B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김포한강의 경우 중심부인 장기지구, 한강부근의 운양지구, 서측 깊숙이 위치한 구래지구로 구분되는데, 노른자위에 해당하는 장기지구, 운양지구가 최근 정부의 잇따른 규제 이후 거래가 급격히 뜸해졌다"며 "특히 상권이 좀처럼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달 경기 김포시 장기동 감정1지구 A2블록에서 '한강센트럴자이 1차' 3481가구가 집들이를 시작하는데, 전용면적 85㎡ 입주권 매매가는 3억2000만~3억5000만원, 전셋값은 2억5000만원 안팎이다. 2013년 집들이를 한 '한강신도시푸르지오' 전용 59㎡형의 전세금과 같은 수준이다.

장기동 내 H공인중개업계 관계자는 "인근 마산·운양동을 빼더라도 장기·구래동 일대에서만 5월에 추가로 2100가구가 입주한다"면서 "출구전략을 고민하는 집주인들이 입주를 한 달 앞둔 시점에서 500만~1000만원씩 전세·매매가격 호가를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포도시철도 사업을 계기로 최근 시장 상황이 많이 호전됐다지만 아직 미분양 단지가 있고, 추후 입주물량까지 예고돼 있어 매수자 우위 시장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며 "역세권에서 벗어난 일부 단지는 아직도 입주율이 80%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장기동 일대에서 바라본 김포한강신도시 전경. [사진=김충범 기자]


◇ 황량한 장위뉴타운…빈 집에는 폐기물만 한가득=일명 '장위뉴타운'으로 불리는 서울 성북구 장위동 68-8번지 일대 장위재정비촉진지구는 서울 지하철 6호선 돌곶이역을 앞에 두고 뒤편으로 2~3층 높이의 연립주택이 빼곡하게 자리잡고 있다. 가지처럼 뻗은 미로같은 골목 사이 유모차를 끌고 나온 할머니들과 자전거를 타고 노는 아이들이 가끔씩 눈에 띈다.

8일 찾아간 장위뉴타운 연립 주택 담벼락 곳곳에는 뉴타운 해제 등 각종 소식을 알렸던 벽보들이 언제 붙여졌는지도 모른 채 뜯겨져 나가 있었다. 현재 장위8·9·11구역은 서울시로부터 정비구역에 대한 직권해제 대상 구역으로 통보돼 재개발 지역 해제 절차를 밟고 있다.

1구역부터 15구역으로 이뤄진 장위뉴타운은 각 구역의 사업 진행 속도가 달라 새 아파트가 들어오는 곳과 재개발을 시작도 못한 곳 등 주변 환경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이 이 일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관리처분인가를 기다리는 장위4구역의 경우 사업이 늦어지면서 신규 입주수요를 받지 못해 빈 집들이 많아졌다. 금이 간 낮은 울타리 앞에는 누군가 버린 여행용 가방과 쓰레기 봉투가 놓여져 있었으며, 울타리 사이로 들여다본 집 안에는 무성하게 자란 나뭇가지가 집 안을 휘감고 있었다. 깨진 유리창문은 언제부터 사람이 살지 않았는지 가늠하기 힘든 정도다.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4구역은 이주를 준비 중"이라며 "세를 내놓았는데 세입자가 안 들어오면 비워놓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13구역의 경우 90년대식의 오래된 빌라들의 매매가격이 많이 떨어지면서 요즘 같은 시기에 1억원도 채 안되는 방 두 개짜리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