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화여대에 부정 입학을 한 혐의(업무방해)를 받는 '비선 실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가 정식 합격자 발표가 나기 전에 이미 합격했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렸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특검팀은 정씨가 독일에서 부동산을 취득하기 위해 은행에서 빌린 돈을 최근 최씨가 모두 대신 갚아준 것을 확인하고 관련 정황을 들여다 보고 있다.
정씨의 학사 특혜 등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된 류철균(51·필명 이인화)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특검팀에 소환돼 학사 특혜를 준 윗선 여부에 대해 조사받았다.
3일 특검팀은 2014년 10월 정씨로부터 '이대에 붙었다'는 전화를 받았다는 최씨 조카 장시호씨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화여대는 그해 10월 31일 수시 전형 체육특기자 합격자를 발표했다. 장씨는 이보다 훨씬 전에 정씨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기억을 더듬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A씨가 미리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뒤늦게 알고 나서 이모(최순실)가 비밀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서에게 역정을 내는 것을 직접 봤다는 장씨의 진술을 받아냈다.
일단 특검팀은 이 같은 정황을 두고 최씨 측이 최경희 전 총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을 비롯한 이화여대 핵심 관계자들로부터 미리 합격자 정보를 받아봤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향후 최 전 총장, 남 전 처장 등을 소환 조사할 때 합격자 정보 유출 혐의도 수사할 계획이다.
특검팀은 이 의혹이 사실일 경우 최씨 측과 이대 핵심 관계자들간 모종의 관계를 드러내는 핵심 정황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외에도 특검팀은 정씨 명의의 독일 집을 사실상 최씨가 사줘 편법 증여를 시도한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한 수사도 준비 중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정씨가 독일 현지 주택 구매자금으로 하나은행에서 빌린 자금 38만5000유로(약 4억8000만원)의 대출 기간이 최근 만기를 맞음에 따라 최씨가 이 대출을 모두 대신 갚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정씨는 2015년 12월 최씨와 공동명의(각 50% 지분)로 된 강원도 평창 땅을 담보로 24만 유로, 이듬해 1월 최씨 소유의 은행 예금을 담보로 14만5000 유로 등 총 38만5000 유로를 당시 외환은행(현 하나은행)에서 빌렸다.
구체적으로는 외환은행 압구정중앙지점이 부동산과 예금을 담보로 정씨에게 신용장(STB L/C)을 발급하고, 외환은행 독일 현지 법인이 이 신용장을 근거로 정씨에게 대출을 해주는 방식이었다.
정씨는 이렇게 빌린 돈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본인 명의 주택을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출 만기가 다가오자 만기 연장 없이 지난 11월 말 최씨가 대출금은 전액을 상환했다.
이 시기는 최씨가 구속기소된 시점이어서 대리인이 대출 상환을 대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정씨가 최씨의 지급보증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샀고, 그 대출금은 최씨가 모두 대신 갚아줬다. 결과만 두고 보면 최씨가 정씨에게 집을 사준 셈이다.
이에 따라 최씨가 소득이 없는 여대생 신분인 정씨에게 집을 사주고자 편법으로 증여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특검팀은 이 의혹에 대해 들여다보고 어떻게 수사할지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오후 구속된 류 교수를 소환해 조사했다.
류 교수는 지난해 1학기 조교에게 정씨의 시험 답안을 대신 작성하도록 하고 정씨에게 부당하게 학점을 준 혐의로 이날 오전 구속됐다. 이번 소환은 구속 후 첫 조사다.
특검팀은 류 교수를 상대로 특혜를 주도한 윗선의 존재와 자세한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